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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사람들의 관심이 한 '얼짱'에게는 격려와 응원이 됐지만 또 다른 '얼짱'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바둑의 박정환(17)-이슬아(19) 조는 22일 중국 광저우기원에서 벌어진 2010년 광저우아시아게임 바둑 혼성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셰허-송룽후이 조와 289수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흑으로 반집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은 바둑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서 우승하며 바둑 강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이슬아는 세간의 지나친 관심을 극복한 값진 우승이었다. 지난 2007년 4월 세명컴퓨터고등학교 1학년 때 프로기사로 입단한 이슬아는 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실력을 갈고 닦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이슬아의 노력과 실력이 아닌 외모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수 아이유를 닮은 외모에 많은 언론이 이슬아를 '얼짱', '바둑돌'로 추켜세웠고 바둑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이슬아 덕분에 바둑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이슬아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슬아를 향한 부담감은 갈수록 증가됐다.
그러나 이슬아는 실력으로 관심에 따른 부담을 극복했다. 이슬아는 대국 중 머리에 침을 꽂고 승부를 펼치는 등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또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이란 사실과 선배들을 누르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는 책임감도 이슬아에게는 우승을 향한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슬아도 우승 후 "성적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나만 관심을 받는 것 같아서 부담이 많이 됐다"며 '얼짱' 신드롬에 스트레스를 받았단 사실을 밝혔지만 "그러나 이제는 부담이 없어졌다"며 자신을 향한 관심도 이제는 즐길 수 있음을 전했다. 이같은 이슬아의 자신감에 23일부터 벌어지는 남녀단체전도 한국의 선전이 기대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또 다른 '얼짱'인 당구의 차유람(23)은 국내외의 지나친 관심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차유람이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노 메달로 돌아온 것은 그녀를 향한 관심이 원인이 됐다. 이장수 당구 감독도 "차유람이 지나친 관심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며 "잘하고 난 뒤 관심 받으면 좋은데 그 전부터 외모로만 관심이 쏟아져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언론들도 차유람을 '한국의 장백지'로 극찬하며 그녀의 외모에 스포트라이트를 보냈다. 또한 지난 2010 세계 여자 9볼 선수권에서 예선 탈락해 스스로 '얼짱'을 극복하려면 아시안게임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결국 바둑과 당구 모두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정신력의 승부지만 이슬아는 '얼짱'으로 고조된 관심을 밟고 올라서 금메달을 따냈고 차유람은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아쉽게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바둑 이슬아(위)-당구 차유람. 사진 = 중국 광저우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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