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일본내 조선학교 무상화 수속, 연평도 사건으로 중지 결정
11월 25일 오후 3시, 도쿄 국회의사당 근처에 위치한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주최는 조총련계 조선학교 관계자들. 기자회견 내용은 23일, 북한에 의한 연평도 포격사태와 관련해서, 일본내 조선학교 무상화제도 수속 중지에 대한 항의겸 호소문 형태의 성명서 발표였다.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일본 언론에서는 센고쿠 관방장관을 비롯한 일본 정부관계자의 조선학교 무상화제도 중지검토에 대한 발언이 연이어 보도됐다.
센고쿠 장관은 "이번 사건은 평화를 위협하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행위로써 조선학교 무상화제도 적용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밝혔으며, 또한 '정치문제와 교육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온 다카키 문부과학상도, "평화라는 전제가 무너졌다"며 "지금까지 취해온 입장을 넘어서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종전의 주장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마침내 25일, 문부과학성은 '조선학교 무상화제도 수속을 일시적으로 중지할 방침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고교무상화제도는 지난 4월부터 실시되기 시작한 법안으로써, 전국 공립고교 수업료가 전액 면제되며, 사립의 경우 연간 12만엔(1인당)이 지원되는 제도다.
그러나 작년 12월 나카이 히로시 전 납치문제담당장관이, "조총련 산하에 있는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고, 국교를 맺고 있지 않아 교과과정을 확인할 수 없다는 기술적 문제로 조선학교는 무상화 대상에서 유일하게 제외됐다.
그 후 일본 내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에 정치적 이유를 개입시켜서는 안된다" "교육의 기회는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연장선에서 올해 8월에는, 도쿄지역 조선학교 학부모 모임 다섯단체가, 4월부터 약 5개월동안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여, 58만명으로부터 받은 서명 명부를 문부과학성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5월에 열린 UN아동권리위원회 심사에서는, 일본 정부대표가 '일본내 조선학교가 무상화법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 UN 아동권익회 '조선학교 무상화 제외'에 의문 표시)
이 같은 국내외적인 압력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8월 경, 일본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화 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문부과학성・내각합동부문 회의를 열고, 문부과학성 관련 외부전문가들이 작성한 심사기준안을 받아들일 방침을 굳혔다.
11월 5일에는 다카키 문부과학상이 "(그동안 문제가 됐던)교육내용에 대해 자주적인 개선을 촉구한다"는 취지의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조선학교 무상화제도 적용이 확실시 됐으며, 이번달 말까지 학교의 신청을 받아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평도 폭격 사태로 북한에 대한 일본여론이 급격히 악화, 결국 조선학교의 무상화 방침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간 나오토 정부가 일본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결과였다.
조선학교 출신으로서 두 자녀 역시 조선학교에 보낸 김서형(53) 씨는 <제이피뉴스>의 취재에 대해, "우리들은 일본사회에서 일본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다. 일본 사립학교가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면 조선학교도 당연히 사립학교로서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조선학교가 북한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북한을 지지해서 조선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 뿌리가 조선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당연하지만 우리 말과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된다는 기본 인식이 깔려 있다. 나도 두 남매를 조선학교에 보냈지만, 그것은 내 아이들에게 우리 말과 우리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또한 내가 사는 주변에는 우리 말과 우리 것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총련계 민족학교밖에 없었다. 그래서 보낸 것이다." 라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최근에는 일본 뿐만 아니라 재일동포사회, 특히 조선국적을 가진 재일동포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것은 일본정부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핑게로 조선인 기업가들을 철저하게 견제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같은 경제적 의미에서라도 학교 지원은 꼭 이뤄져야 한다. 조선국적 재일동포들의 경제사정은 자식을 민족학교에 보내기 어려울만큼 힘들다"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납치사건은 우리도 많이 창피하게 생각한다. 특히 어제는 일본인 친구가 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은 대체 왜 그러냐'고 묻더라. 너무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내가 할수 있는 말은 '북한 미쳤어'라는 한마디 뿐이었다. 그렇지만 교육과 정치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평도 사건과 고교무상화 제도는 절대적으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다음은 오늘 발표된 성명 전문이다.
[긴급성명 전문]
보도에 따르면 11월 24일 각료회의 후 회견에서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조선학교의 고교수업료무상화에 대해 "조선반도가 긴장상태인 현시점에서는 수속을 중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카키 요시아키 문부과학상도 이번 일과 관련해 "조선학교 무상화제도 적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가 직접 문부과학상에게 "수속을 중지해달라"고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발언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고교무상화제도'의 취지는 '모든 자에게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한다'는 국제인권규약 A 이념에 근거해, '의지가 있는 모든 고등학생 등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정의 교육비용 부담을 경감시킨다' 는 것입니다.
또 '외교상의 배려 등에 따라 판단할 문제가 아닌 교육상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한다'는 견해가 이번 적용 심의과정에서 밝힌 일본정부의 통일된 견해였습니다.
다카키 문부과학상도 지금까지 일관되게 "정치와 교육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취했으며, 11월 5일 직접 발표한 담화에서는 "취학지원금은 학교에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인개인에게 지급된다"며 "국적을 불문하고 일본에서 후기중등교육과정을 거치고 있는 학생을 평등하게 지원한다"라고 확실히 밝혔습니다.
우리들은 이런 고교무상화제도의 취지나 정부의 통일된 견해, 문부과학상의 공식발언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제와서 총리와 관방장관, 문부과학상이 모순된 발언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졌던 것처럼 조선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조선국적, 한국국적, 일본국적을 가진 재일학생으로서, 일본에 영주하며 민족적소양을 갈고닦아 일본사회에 공헌,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활약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과 이번에 조선반도에서 일어난 사태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연평도 사태)과 엮어서 무상화수속을 전면중지한다는 사실은 이해부족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되돌아보면 우리들은 조선학교의 무상화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2월 하순 이래, 일본학교와 다른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똑같이 조선학교 학생들에게도 동등한 적용을 해달라고 일본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왔습니다.
여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지방의원, 일본변호사연합회와 지방변호사회, 교육관계자, 문화인, 보도각사, 각계각층의 사회단체, 시민단체 등 많은 수의 일본인으로부터 지원도 받았습니다.
또 이번에 개최된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어린이권리조약위원회의 일본심사회합에서는 이번 문제가 부상, 다수의 위원들로부터 우려를 비롯한 공식적인 유감과 권고도 있었습니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들은 조선학교를 방문해 교육현황과 학생들의 구성, 실태 등을 자세하게 파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 고교무상화제도가 실시되고 나서 8개월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선학교학생에 대한 적용은 미뤄져왔고, 대상에서 제외된 채 심각한 민족차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상처자국이 생겼는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 이상 상처를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일본정부가 11월 5일 다카키 문부과학상이 발표한 담화문과 문부과학성이 결정한 '외국인학교 지정에 관한 기준, 수속 등을 정한 규정'에 따라 조선학교 학생에게 무상화제도가 적용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연승 기자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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