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상명세 조사하는 정부, 위로금 주면 다인가"
[마이데일리 = 인천 함태수 기자]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졸지에 피난민이 된 연평도 주민들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아버지고 어머니였다.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 3일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한 주민은 '그래도 연평도로 돌아가 배를 타겠다'고 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식에게 결코 밉보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나흘 째인 26일, 인천시 중구 신흥동의 한 찜질방에는 200여명의 연평도 주민들이 모여 실시간 전해지는 뉴스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었고 간간히 갓난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사건 당시 생필품 조차 챙기지 못하고 몸을 피했다. 갑작스러운 포탄 소리에 유리창이 깨지고 불길이 치솟으면서 곧장 연평도를 떠나야 했다. 정말 전쟁이 났다고 생각한 찰나에 또 한번 커다란 굉음의 포탄 소리가 연평도를 휘감았다. 이곳 저곳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마을은 잿더미로 변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연평도에서 배를 타고 겨울에는 육지로 나간다는 장모 씨(61)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분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장씨는 "이번 사건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북한의 첫 도발 때 13분이 걸린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두번째도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1분만에 쏴야 정상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과연 군인들이 폭탄소리에 도망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라며 "지금 내 집은 냉장고도 타고 안에 내용물도 다 탔다. 앞이 너무 깜깜하다. 집 지은지 일년이 갓 지났는데 왜 이런일이 발생한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어 그는 "필요한 생필품도 못 챙겨 섬을 빠져나왔다. 지금 정부에서 위로금을 준답시고 신상명세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런 위로금 따위로 주민들이 위로가 될 지 모르겠다"라며 서글픈 마음을 드러냈다.
사태가 마무리되면 연평도로 다시 들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여기서 생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뾰족한 수가 없다"라고 한참을 고민 끝에 답했다.
이어 "내 사지 멀쩡할 때 내 힘으로 배타서 돈 벌어야 된다. 자식한테 밉보이기 싫다"며 "그래서도 안되고…그러고 싶지도 않고…"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혹 연평도에 못 가서 뭍에 눌러있으면 자식에게 피해를 줄까, 장씨는 걱정할 뿐이었다.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 3일째 생활 중인 연평도 주민들]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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