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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연말이 되면서 가수들의 콘서트 일정이 쏟아집니다. 매 주말마다 콘서트장을 가는 게 때론 귀찮지만 무대 위에 모든 걸 쏟아내는 가수들의 열정은 지독한 ‘귀차니즘’마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정도의 짜릿함으로 다시 일주일을 힘내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11월 27일 한 콘서트장에 다녀왔습니다. 동방신기에서 독립해 JYJ라는 그룹으로 돌아온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의 첫 단독콘서트인 ‘JYJ 월드와이드 콘서트 인 서울’이었습니다.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룹이고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의 뚫린 하늘을 막아 ‘돔’ 형태의 공연장으로 바꾸겠다는 JYJ의 획기적인 시도에 이번 공연에는 유독 관심이 높았습니다. 과연 어떻게 공연장의 ‘뚜껑’을 닫겠다는 것인지, ‘뚜껑’을 덮는다면 11월 말의 야외공연장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이런 ‘과학적인’ 시도에 호기심일 일었습니다.
물론 공연자체에 대한 궁금증도 컸습니다. 아이돌이면서 가창력만큼은 인정받았던 동방신기에서 나와 처음으로 여는 국내 콘서트, 세 사람이 5만석의 그 큰 공연장을 꽉 채울 수 있을 지, 티켓값이 무려 15만 4000원이나 되는데 그 가격에 준하는 공연으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지, 세계적인 공연감독 제리 슬로터를 총감독으로 초빙한 무대연출은 어떨지, 지난 10월 열었던 쇼케이스 외에 국내 공연이 없었던 JYJ이기에 첫 콘서트는 그만큼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요. 이날 JYJ의 공연은 최근 제가 본 공연들 중에서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이걸 단순히 ‘운이 없었다’ ‘날씨가 안 따라줬다’고 치부하는 건 프로답지 못합니다. 11월 말에 눈이나 우박이 내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날 내린 것은 ‘폭설’도 아니었습니다. 이 정도의 자연현상을 예측하지 못하고 지붕을 약한 구조물로 지은 건 공연주최측이 제대로 준비 못한 책임이 큽니다.
‘뚜껑 콘서트’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JYJ 콘서트는 ‘뚜껑’이 사라지면서 모든게 삐그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연 당일 아침에 지붕을 철수하느라 지체된 시간은 리허설 시간, 관객 입장 시간까지 모두 지연되게 만들었고 오후 7시 시작이었던 콘서트는 결국 1시간이나 지연, 오후 8시에 시작했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지난 주말, 야외공연장에 모인 3만여명의 관객은 그렇게 1시간을, 공연시간 2시간과 입장 전에 대기했던 시간까지 포함하면 3시간 이상을 추위에 덜덜 떨어야 했습니다.
‘뚜껑’의 부재는 추위 뿐만 아니라 공연의 퀄리티까지 낮춰버렸습니다. 지붕을 이용해 선보이려 했던 화려한 레이저쇼는 시도조차 못했고, 미국 디즈니랜드에서나 볼법한 장관을 만들 것이란 기대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무대연출의 기둥이었던 뚜껑을 이용한 퍼포먼스가 빠지니 폭죽, 불꽃 등의 작은 무대연출들은 그저 잔가지 정도의 수준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JYJ 콘서트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뚜껑’을 못하는 바람에 무대 연출이 계획했던 것과 달라졌어도, 관객이 JYJ의 노래와 공연에 빠져들 게 만들었다면 그런 연출적인 실패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됐을 겁니다.
하지만 JYJ는 이날 ‘콘서트’가 아닌 ‘팬미팅’을 했습니다. 콘서트와 팬미팅은 분명 다릅니다. 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JYJ라는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기 위해 돈을 낸 ‘유료 관객’을 위한 자리가 바로 콘서트입니다. 게다가 JYJ 콘서트 티켓은 VIP가 15만 4000원, R석 13만 2000원, S석 11만원에 이르는 고가였습니다.
다른 콘서트장에서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는 히트곡을 위주로 공연 큐시트를 짜고, 행여 히트곡이 부족한 경우에는 다른 유명곡을 불러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합니다. 한 곡이라도 유료관객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인 셈이죠.
이날 JYJ는 2시간 동안 총 18곡을 불렀습니다. 보통 30여곡을 부르고 3시간 가까이 공연을 하는 다른 가수들과 비교해 유난히 적은 선곡수와 짧은 공연시간이었습니다. 18곡을 부르겠다고 한 건 이미 공지됐던 바이지만, 이 18곡을 어떻게 꾸미느냐는 온전히 JYJ의 역량이었습니다.
JYJ가 부른 18곡 중 대부분이 JYJ 정규앨범 1집에 수록된 곡이었고, 그마저도 ‘월드와이드’ 앨범 컨셉트에 수록된 앨범이라 영어가사로 이뤄진 곡이 상당수였습니다. JYJ가 방송활동을 한 적이 없으니 팬이 아니면 모르는 곡이 태반이었던 것이죠. 그나마 일반 대중이 알 수 있었던 건 ‘성균관 스캔들’ OST 수록곡들과 믹키유천이 부른 ‘취중진담’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또한 '엠티(Empty)'와 '비 마이 걸(Be My Girl)'은 두 번씩 불렀으니 총 18곡도 따지고 보면 16곡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플래시몹'을 연출한 것은 콘서트를 '팬미팅화' 시킨 것의 정점이었습니다. JYJ는 멤버의 트위터를 통해 미리 팬들에게 특정 율동을 연습해 와서 같이 추자고 제안했습니다. 노래 '비 마이 걸' 의 한 부분에서 팬들은 JYJ와 함께 해당 율동을 추며 즐거워했습니다.
콘서트장에서 가수들이 관객들과 함께 춤을 추는 경우는 많습니다. 가수가 무대 위에서 특정 율동을 가르치고 이를 무대 밑의 관객들이 따라 추며 배우는 것이죠. 따라서 가수들은 최대한 쉬운 안무로 관객과 같은 춤을 추며 공감대를 형성하곤 합니다.
하지만 JYJ는 처음 보는 사람은 따라하기 힘들 다소 복잡한 율동을, 미리 연습했을 거란 가정하에 함께 추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대부분의 관객이 '팬'인 관계로 JYJ와 함께 춤을 추며 즐거워했지만, 이는 분명 '일반 관객'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런 '플래시몹' 순간이 있는지도 모르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열성적으로 따라추는 팬들 사이에서 어색한 몸짓을 흔들어야만 했던 것이죠.
JYJ의 콘서트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물론 그들의 가창력은 여전히 빛을 발했습니다. 하지만 '팬'을 넘어 '관객'의 공감을 살만한 '콘서트'로서의 매력은 떨어졌습니다. JYJ가 무리를 감수하며 추진한 첫 콘서트. 비록 실망이 컸지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이문세, 이승철 선배님들 같은 공연 잘하는 가수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사진=JYJ 재중-준수-유천(첫째사진 왼쪽부터)]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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