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가운데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2018년 월드컵 유치 실패가 자국 언론의 비리 폭로 보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오후(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 투표 결과 2018년 월드컵 개최지로 러시아가 선택됐고 2022년 월드컵은 중동의 카타르에서 열리게 됐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는 52년만에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윌리엄 왕자, 데이비드 베컴 등 정치인 왕족 스포츠스타가 현장에서 총력을 기울였다.
베컴은 월드컵 개최 전날 있었던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즉석 축구 시범을 보이는 등 직접 발 벗고 뛰어 들었다. 윌리엄 왕자는 파라과이 위원과 투표 당일 조찬을 함께 했으며 캐머런 총리도 각국 대표들과 잇따라 만나며 지지를 호소해 잉글랜드 팬들의 기대는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잉글랜드는 2018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1차 투표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 러시아, 네덜란드-벨기에, 스페인-포르투갈과 경쟁했던 잉글랜드는 고작 2표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투표에 참가한 22인의 집행위원 중 잉글랜드 위원 제프 톰슨의 한 표를 제외한다면 다른 위원들로부터 단 한표밖에 얻지 못했다.
이같은 잉글랜드의 처참한 결과는 잉글랜드 언론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0월 잉글랜드의 '선데이 타임스'는 함정취재를 통해 FIFA 집행위원 2명이 뇌물을 받고 표를 주려고 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FIFA는 지난달 19일 나이지리아의 아모스 아다무 위원과 타이티의 레이날드 테마리 위원의 자격을 정지하고 투표권을 박탈했다.
하지만 잉글랜드 언론의 'FIFA 비리 캐내기'는 계속됐다. 영국의 대표 언론인 BBC 역시 지난달 30일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집행위원 3명이 현재는 파산한 유명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SL로부터 총 1억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이들은 이사 하야투(카메룬)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 니콜라스 레오스(파라과이) 남미축구연맹 회장, 히카르두 테이셰이라 브라질 축구협회장 등 총 3명이며 10년간 175차례에 걸쳐 금품을 수수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잉글랜드 언론의 FIFA에 대한 비리 폭로가 결국 월드컵 유치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잉글랜드 현지에서도 자국 언론들이 거듭 폭로전을 펼치자 다른 집행 위원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며 염려했고 결국 1차 투표 탈락이라는 비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평소 FIFA는 윤리적으로 엄격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는 달리 보수적인 것으로 정평 나있어 이번 BBC 보도에 언급된 집행위원들에게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따라서 제 식구 감싸기에 열심인 FIFA의 내부를 캐내던 잉글랜드 언론 덕분에 잉글랜드의 월드컵 개최 꿈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사진 = FIFA 홈페이지]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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