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진철 박사]
안녕하세요? 저는 화순 우수한약재 유통센터에서 검사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진철 박사입니다. 저는 학부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했고 석사와 박사도 식품공학으로 학위를 받았습니다.
제가 갑자기 제 전공 이야기부터 꺼낸 이유는 오늘의 주제가 본질적으로 생물학 혹은 우주 관련 전공의 영역으로,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가 워낙 흥미로운 것이므로 제 전공과 연관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3일) 한국 시각으로 새벽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기이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의견을 나누고 계시네요.
NASA 발표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들 보도를 통해 접하셨을테니까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비소'라니! 비록 미생물인 박테리아라고는 하지만 생명체가 비소를 자기 생명 유지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니요!
식품에서 비소는 독극물이며 식품 유통에 있어서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성분입니다. 한약재의 경우 중금속 항목에 수은, 납, 카드뮴과 함께 잔류 허용치(한약재의 경우 3 mg/kg이하, ppm이라고 흔히 칭합니다)를 약사법으로 엄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발견된 미생물이 어떻게 해서 인을 대신하여 비소를 생명유지에 이용해왔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자연발생적’이라는 것입니다.
다들 기억하실 학창 시절 생물 수업 시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볼까요. 생물의 기본 구성 원소는 크게 6가지 S(황) P(인) O(산소) N(질소) C(탄소) H(수소)입니다. (학창 시절 시험에 대비해 한글 발음대로 ‘스폰지’라고 외운 기억이 나는군요^^)
이 원소들은 생물체의 구성분 가운데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인(P)은 당당히 주요한 성분으로 한자리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은 생물의 본질을 결정짓는 DNA의 기본 구성 성분이며, 지질과 결합하여(인지질) 생명 현상에 필수적인 역할도 하고, 친수(물을 좋아하는 성질)와 소수(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모두 갖추고 있어 생명체내 친수성분과 친유(소수)성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배우셨을 겁니다.
그러데 이번에 NASA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런 인의 기능을 대신하는 원소로 As(비소, 원자량 76으로 동위원소 없음)를 선택한 미생물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새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리면 '오나전 황당한 일'이죠.
독극물로만 여겨진 비소가 심지어 DNA에서도 발견되었으니 말입니다. 다른 말로 이 미생물이 증식하기 위해서는 비소가 필수적이라는 것이죠. 배양을 위해서 비소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넣어 주지 않으면 번식이 안 된다는...
시고니 위버가 주연한 저 유명한 SF영화 ‘에일리언’을 보면, 주인공 괴생명체의 혈액은 염산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기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인 염산(HCl). 전문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염산도 그 순도(염산의 함량)가 37%를 넘지 않는 그런 강력한 산을 체내에 담고 있다는 거죠.
황당한 공상과학 영화로만 치부되었던 그 영화를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작은 전율로 다가옵니다. 오늘의 이 발표가 ‘에일리언’이나 또 다른 SF영화 ‘프레데터’에 등장하는 외계인이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 비약일까요?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얼마전 이렇게 이야기 했죠. “광활한 우주에는 또 다른 생명체가 반드시 존재하며 이들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는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지구인들은 외계인과의 접촉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바로 그런 점에서 소심한 저로서는 NASA의 오늘 발표가 별로 반갑지만은 않을 뿐더러, 2012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국내외적으로 뒤숭숭한 요즘이라 더욱 싱숭생숭한 오늘입니다.
(참고로 비소(As)는 ICP-MS라는 장비를 통해 ppb(ppm의 1천분의 1배) 수준 이하까지도 검출이 가능합니다.)
[비소 영양분 박테리아 'GFAJ-1'. 사진 = 나사 홈페이지]
이진철 coolguyljc@hanmail.net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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