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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용우 기자] 지난 2009년 한국배구연맹(KOVO) 워크샵 취재를 마치고 개막전 기사를 올린 적 있었다. 당시 남자배구의 화두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대전 홈개막전이었다.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맨날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만 개막전서 맞붙냐"라는 지적이었다.
올 해도 12월이 됐고 프로배구가 개막됐다. 올 시즌에도 개막전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대결이다. 지난 2005-2006시즌을 제외하고 5시즌 동안 개막전 대진이 똑같았다. 중간에 현대캐피탈이 우승을 차지해서 대전이 아닌 천안에서 경기를 치렀다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8개팀으로 이뤄진 프로야구는 2년 전 성적으로 1위-5위, 2위-6위, 3위-7위, 4위-8위가 개막전을 치른다. 일본도 그와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 프로배구는 1위-2위, 3위-4위, 5위-6위가 개막전 경기를 벌인다. 1위와 2위가 맞붙는 개막전이 프로배구 공식 첫 경기가 된다.
5년 동안 똑같은 팀이 개막전을 치르다보니 흥미도 반감됐다. 3시즌 연속 만원 관중에 실패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 빈 자리가 눈에 띄였다. 경기장을 찾은 한 배구 관계자는 "올해는 삼성화재가 마케팅면에서 힘들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왜 그럴까? 올 시즌 프로배구 일정은 개막 일주일 전에 발표됐다. 이유는 여자부 '제6구단'으로 창단한 기업은행이 늦게 입장발표를 하면서 일정을 맞추는 남자배구의 대진표 작성까지 미뤄졌기 때문이다. 당초 여자부 개막전은 인삼공사와 기업은행이 유력했지만 기업은행이 내년 시즌부터 참가를 선언하면서 현대건설로 바뀌었다.
개막 대진이 늦어진 것도 있지만 매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개막전으로 인해 흥미가 반감된 것도 크다. 4일 벌어진 개막전은 이슈거리가 많았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철우(라이트)가 친정팀을 상대로 경기를 치렀고 가빈 슈미트는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더불어 현대캐피탈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선수인 헥터 소토(라이트)를 데리고 왔다.
그러나 진짜로 배구를 좋아하는 열성 팬이 아니라면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삼성화재vs현대캐피탈'이라는 외적인 부분만을 보게 된다. 항상 그렇게 말한다. "또 개막전이 똑같네..."
6시즌째를 거듭하고 있는 프로배구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시청률면에서도 프로농구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KBS와 KBSN 스포츠는 전 경기를 생방송과 녹화방송으로 내보낸다. 안정적인 중계 속에 겨울리그의 대표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매년 개막전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서 프로배구도 프로야구처럼 대진 방식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이에 대해 한 배구 관계자는 '전력상으로 균등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전제를 들고 "대진을 바꾸게 된다면 1위-6위, 2위-5위, 3위-4위가 맞붙는 것이 옳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몇년 전까지 프로배구는 현대캐피탈vs삼성화재 경기만이 시청률이 잘나온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도 예전 이야기다. 한 가지 예로 지난 시즌 대전에서 벌어진 삼성화재와 LIG손해보험 토요일 경기를 KBS에서 중계된 적이 있었다. 이날 시청률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3% 이상을 찍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다른 경기도 이제는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다.
올해도 개막전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경기로 지나갔다. 이제는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조금이라도 대전방식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프로배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똑같은 것에서 벗어날 때도 온 것 같다.
[4일 벌어진 삼성화재-현대캐피탈 개막전]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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