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정운찬 총리의 '묻지마 빈소'에서 안상수 대표의 '이게 포탄입니다' 대미 장식'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2010년 한 해 동안 다사다난했던 한국 사회는 연예계에서 정치계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이슈들이 터지며 국민들이 골머리 썩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와중에도 국민들을 배꼽 빠지게 했던 인물도 있었고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황당하게 했던 일도 있었다. 개그맨도 아닌 이들의 코믹한 일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월 21일 고 이용삼 민주당 의원의 빈소를 찾았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시 '강원일보' 등의 보도로 알려진 정 전 총리의 발언은 황당함을 넘어서 듣는 이마저 민망하게 했다. 고인의 동생 등 유가족을 만난 정 전 총리는 "젊은 나이에 할 일이 많으신데 애석하다. 초선의원으로 전도가 창창하신데…"라고 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애도에도 불구하고 들려온 답변은 "초선이 아니라 4선이십니다"였다.
이에 정 전 총리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수행한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에게 "57년생이신데 어떻게?"라고 물었고 이를 들은 유가족은 "최연소로 36세에 당선됐지요"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한 차례 말 실수를 한 정 전 총리는 "자제분들이 아직 어릴텐데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라고 다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이번에도 "독신으로 살아 처자식이 없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와 정 전 총리는 연거푸 실수를 저지른 셈이 됐다. 정 전 총리는 당황하며 "이제 남아계신 형님께서 돌아가신 동생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하셔야겠다"고 말하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답변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고인의 형제는 정 전 총리에게 "제가 동생입니다"라고 말했고 결국 정운찬 전 총리가 사전 준비 없이 조문을 갔다 벌어진 '묻지마 빈소 조문' 해프닝이었다.
평소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가수 조영남이 올해도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발언을 빼놓지 않았다. 조영남은 지난 9월 1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애인이 있는지 묻자 "24살의 여자친구가 있다"며 "방송국 아나운서다"고 말해 MC들을 경악하게 했다. 1945년 생으로 올해 만 65살인 조영남은 자신과 무려 40살 이상 차이 나는 손녀뻘 여자친구가 있다는 충격 고백이었던 것이다.
이후 네티즌들은 그 아나운서가 누구인지 여러 추측을 내놓았고, 최원정 KBS 아나운서까지 나서며 조영남을 두둔했지만, 조영남이 자신의 입으로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아 갖은 설만 증폭됐다. 그러던 중 지난달 29일 조영남은 SBS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해 그간 다물었던 입을 열고 아나운서 여자친구 발언을 해명했다.
과연 어떤 얘기가 나올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던 상황 조영남은 "아나운서 스캔들이 사실과 달리 부풀려져 오해를 산 부분이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 조영남은 "방송 후 아나운서 여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말했고 과연 누가 해당 아나운서일지, 아니면 어떤 비화가 숨겨있을지 긴장되는 가운데 조영남이 전한 아나운서 여자친구의 발언은 "나 스물여섯이야!'"였다.
모두의 기대를 져버린 황당한 답변이었고 조영남은 여자친구의 나이를 24살에서 26살로 수정했을 뿐 어떤 점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이번에도 국민들만 허무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11월 한국의 수도 서울에 전세계 주요 20개국의 정상들이 모두 모이는 '2010 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렸다. 각국 정상들을 비롯해 전 세계 언론이 서울을 주목한다는 사실 때문에 정부는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지나친 통제로 외국인 눈치보기란 비아냥을 들었는데, 특히 서울 서대문구청은 G20 기간인 11월 10일~12일까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자제해 달라는 홍보 포스터를 길거리 곳곳에 붙여 논란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그럼 3일 동안 집 안에 음식물 쓰레기를 쌓아두라는 말이냐", "밥도 해먹지 말까?" 등의 반응을 보이며 서대문구청의 탁상행정을 비난했다.
결국 서대문구청은 포스터를 회수하고 계획을 철회했지만 네티즌들은 오히려 해당 포스터를 패러디 하며 G20에 과잉 반응하는 정부를 꼬집었다. 서울대 디자인 그룹 FF는 트위터에 G20 유사 계정을 만들고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G20 기간 중 트레이닝복 차림을 자제해 주십시오"란 글을 올려 몇몇 네티즌들은 실제 정부의 지침인 줄 아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G20 기간 중 대변 배출을 자제해 주십시오",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G20 기간 중 야근을 자제해 주십시오",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G20 기간 중 CO2가 배출되오니 숨 쉬는 걸 자제해 주십시오" 등의 패러디 문구를 작성해 퍼뜨리고 정부의 일방 통행식 정책을 풍자했다.
작사가 최희진씨가 지난 8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루와의 교제 과정에서 태진아로부터 협박당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최희진과 태진아-이루 부자의 진실 공방은 시작됐다.
태진아는 최 씨의 협박 주장에 대해 오히려 최 씨가 자신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고 반박했고 최 씨는 급기야 지난 2009년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는 요지의 글을 미니홈피에 남겨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후 최 씨의 '음독 자살 기도' 해프닝, 사과 문서 공개 및 재반박 등 최 씨는 잇따라 대중을 상대로 이슈들을 쏟아냈고, 네티즌들은 최 씨의 이 같은 언행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의혹만 증폭되던 가운데 결국 9월 10일 최 씨는 미니홈피를 통해 모든 것을 고백했다. 최 씨는 그 동안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며, "저는 이루의 아기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아기를 가질 수도 없습니다. 나팔관 유착이라고…여성분들은 아시겠죠"란 글을 남겨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결국 애당초 최 씨가 주장한 임신, 낙태 등의 내용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로 시작된 최 씨의 충격 고백이 마지막에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다"는 어처구니 없는 반전으로 종결된 이번 사건에 황당해 했고, 이번 사태는 최 씨가 끝내 지난 11월 27일 징역 5년을 구형 받으며 마무리됐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서해 5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던 지난달 30일 YTN은 '돌발영상'을 통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굴욕'을 방송했다.
'돌발영상'에서 안 대표는 육군 중장 출신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 안형환 대변인 등과 연평도 포격 현장을 둘러봤고 폐허가 된 민가 주변서 안 대표는 검게 그을린 철통 두 개를 집어 든다. 이어 안 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말했고, 옆의 황 의원도 "작은 통은 76.1mm같고 큰 통은 122mm 방사포탄으로 보인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집어 들었던 철통은 북한이 쏜 포탄이 아니라 일반 보온병이었던 사실이 YTN 취재진의 확인으로 드러나 당당하게 포탄을 외치던 안 대표가 굴욕을 당했다.
이후 네티즌들은 안 대표의 '보온병 포탄' 발언을 두고 갖은 패러디를 내며 행방 불명 등의 이유로 군 면제를 받은 안 대표를 비꼬았다. 한 네티즌은 대형 마트 보온병 코너에 가서 "전 지금 이마트 포탄 코너에 와있습니다"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한 초등학교 벽에 늘어뜨려 놓은 보온병 사진을 두고 "충격! ○○초등학교에 포탄 수십발 발견. 경악!이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네티즌들은 북한의 포탄 발사 사진에 포탄 대신 보온병을 합성하기도 했으며, 김춘수 시인의 '꽃'을 패러디 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보온병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포탄이 되었다"라며 안 대표의 발언을 풍자했고, 국민들은 갖은 패러디를 보며 웃기는 했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조영남-서울대 디자인그룹 FF의 G20 쓰레기 배출 자제 패러디 문구-최희진-보온병을 포탄으로 착각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사진 = 마이데일리DB-FF 트위터-최희진 미니홈피-YTN '돌발영상']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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