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이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꾼다. 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에 가장 걸맞는, 소박하고 단단한 도전이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세 번째 팀을 맞아 재기를 준비 중이다. 팀은 요미우리 자이언츠보다 선발 출장 기회가 많은 오릭스 버팔로스, 연봉은 당초 알려진 금액의 두 배인 1억 5천만엔에 인센티브가 더해진 조건이다.
타율 .163, 5홈런 11타점. 요미우리에서의 마지막 시즌 성적이 너무 저조했던 탓에 일본에서 새 둥지를 찾는 것조차 힘들것이라고 점쳐졌었다. 하지만 이승엽이 쌓아온 무게감은 변함이 없었다. 오릭스에서도 7년 간 일본 리그에서 보여준 이승엽의 활약을 평가절하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보장된 미래를 뒤로한 채 2004년 지바 롯데를 시작으로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적 첫 해 108타점 41홈런 타율 .323을 기록했고, 이듬해 74타점 30홈런 타율 .274를 마크했다. 당시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연봉 6억엔을 벌어들이며 톱 타자로서의 이름을 높였다.
하지만 역시 부상이 문제였다. 이승엽은 2007년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제대로 된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56경기에 출장해 타율 .163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어찌보면 요미우리에서의 퇴단은 '몰락한 거포'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일본에서 재기를 노리기로 결심했다. 당시 이승엽의 친정팀인 삼성 라이온즈 선동렬 감독은 "이승엽이 한국에 와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 야구에 정통한 선 감독이 이승엽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후한 점수가 됐다. 위기 속에서도 꽃을 피우던 이승엽의 질긴 생명력이 다시 싹을 틔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지난 시즌 69승4무71패를 기록, 퍼시픽리그 6개 팀 중 5위에 그친 오릭스는 이승엽을 영입하며 타선 강화를 노리고 있다. 요미우리서 다카하시 요시노부에게 밀려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승엽도 보다 많은 기회를 얻어 예전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구단 한 관계자는 "이승엽의 뛰어난 기량은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 아니냐. 실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오릭스에서는 요미우리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것 같다. 꾸준히 경기에 출장한다면 35홈런 이상 터뜨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껏 국민들에게 많은 기쁨을 선사한 이승엽이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만정 해설위원은 이승엽의 땀을 높이 샀다. 그는 "이승엽은 일단 성실하다.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 튼튼한 선수다"며 "이제 홈런으로 승부를 내기보다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팀에 필요한 선수로 이미지를 변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엽은 한국과 일본에서 두 차례 입단식을 갖는다. 이승엽을 최고 타자로 인정하는 오릭스의 예우인 셈이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이승엽이 일본에서의 세 번째 도전을 맞는다. 이승엽의 자존심 회복과 전화위복도 눈앞에 다가왔다.
[사진 = 이승엽]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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