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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미운 일곱 살을 지나 여덟 살이 된 아이들은 거칠었다. 부모도 다루기 힘든 나이. 그 나이 아이들을 일주일에 천명을 만났다. 지금은 종영된 MBC '환상의짝꿍'에서 방송작가를 시작했다. 방송작가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경력이지만, 첫 프로그램치고는 '무한도전'만큼 버라이어티 했고, '1박2일'만큼 많은 일반인들을 만났다.
'환상의짝꿍'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에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가장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어린이들이었다. 아직까지 욕도 모르고, 친구들의 흉도 보지 않고, 오직 할 이야기는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이 전부였다.
강남 부촌에서 바이올린과 플롯 등 학원을 7개 이상 다니는 아이, 엄마가 청바지공장에 다닌다는 아이, 강원도의 비닐하우스에 사는 아이도, 하루 두세 개씩 트로트를 부르며 행사를 뛰는 아이도 있었다. 내 마음을 쓰리게 하는 사연을 가진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가 상처받을까 섣불리 그 아이들의 가족사에 대해 물어보지 못하고, 이야기를 돌려가며 최대한 상처 받지 않게 물어보려 애썼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나의 편견이었고, 잘못된 시선이었다. 아이들은 그저 일하고 온 엄마가 밤에 들어와서 자신의 볼에 뽀뽀해줄 때가 가장 행복했고, 돈 많이 벌어오는 아빠보다는 주말에 자전거 타고 놀아주는 아빠를 제일 좋아했다.
여덟 살짜리 아이들은 방송에 나가기 위해 엄마가 틀어주는 가수 동영상을 한나절을 보며 준비했다. 판교에서 버스를 타고 일산까지 면접을 오는 아이도 있었고,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면접을 오는 애들도 있었다. 물론 떨지 않고 자신의 끼를 보여주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긴장을 해서 울거나 면접에도 참여하지 못한 채 엄마를 따라 다시 집에 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작진과 아이가 준비한 것들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녹화가 끝나면 아쉬운 마음에 아이들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던 적도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마냥 웃으면서 말하기를 원했고, 예의바르기를 원했다. 고작 여덟 살짜리 아이에게 많은걸 요구했었다.
2010년 여름의 문턱에서'환상의짝꿍'은 막을 내렸다. 아직도 길거리에서 초등학교를 보면 아이들 생각이 난다. '환상의짝꿍'에서 왔다고 하면 박수갈채를 선물로 주었던 아이들. 아직 못 다한 이야기 그래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만난 수많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허아름 작가(25)는 2009년 2월부터 작가세계에 뛰어들었다. 7월까지 MBC '환상의짝꿍'을 통해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 글을 쓰는 기쁨과 행복을 맛 봤다. 2010년 8월부터 KBS 2TV '일대백'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배울 수 있었던 '환상의 짝꿍'. 사진 =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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