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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유병민 기자] 2010-2011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17라운드에 돌입하면서 반환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시즌 개막전부터 축구팬들의 화두는 '빅4 클럽의 아성이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깨질 것인가'였다.
빅4 클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첼시-아스날-리버풀을 말한다. 리버풀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기 전까지 18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2000년 이후에는 맨유-첼시-아스날만이 우승 트로피를 나눠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몇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빅4 클럽이 1-4위를 독식해왔다. 특히 2002-03시즌부터 2008-09시즌까지 7시즌동안 이들이 1-4위 전쟁을 벌였다. 그만큼 빅4 클럽의 위상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고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리버풀의 부진을 시작으로 올시즌은 빅4 클럽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빅4 클럽의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면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에는 첼시가 5연승으로 독주하며 조심스레 우승까지 미리 점쳐지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하지만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과 침체된 팀 분위기로 17라운드까지 4패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선덜랜드(0-3패)와 버밍엄(0-1패)에게 패하고 에버튼 뉴캐슬(이하 1-1무)과 비기는 등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다.
리그 1위인 아스날 역시 주전들의 부상 악재가 겹치며 첼시와 같은 4패를 기록중이다.
맨유는 패는 없지만 무승부만 벌써 7번을 기록했다. 무승부가 많을수록 승점 쌓기는 어렵다. 맨유의 한시즌 최다 무승부는 1998-99시즌 13번이다. 벌써부터 이 기록이 깨질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리버풀은 더 가관이다. 강등권인 18위도 기록했었다. 지난 7일 아스톤빌라전 3-0 승리로 10위권으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없다. 특히 17라운드까지 득점 21골, 실점 22골로 빅4 중 유일하게 실점이 득점보다 많다.
빅4의 부진에는 주전들의 부상도 한 몫 했다. 맨유는 긱스·발렌시아, 첼시는 램파드·존테리·에시엔, 아스널은 파브레가스·베르마엘렌 등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들락날락했다. 리버풀은 상승세의 기회에서 조 콜, 제라드·케러거의 부상으로 더 늪에 빠졌다.
이처럼 빅4 클럽이 흔들리면서 리그는 '절대강자 없고, 절대약자 없는' 순위싸움이 이루어지고 있다. 17라운드가 돌입한 12일 현재(한국시각) 리그 1위 아스날이 승점 32, 4위 첼시가 승점 30점을 기록하며 두팀의 승점차는 2점 밖에 나지 않는다. 여기에 리그 2위는 빅4가 아닌 '신흥강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자리하고 있다.
중위권 싸움은 더 치열하다. 5위 토트넘이 승점 26점을 기록한 가운데 14위 아스톤빌라는 승점 20점으로 두 팀의 승점차는 6점차다. 아스톤빌라가 두 경기를 이기고 토트넘이 두 경기를 지면 바뀔 수 있는 승점차다.
이같은 진흙탕 순위싸움에는 빅4 클럽의 부진과 맞물려 신흥 상호들의 등장이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맨시티는 강력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스타들을 영입했고 그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때 빅4를 위협했다가 추락했던 토트넘 역시 꾸준한 투자로 빅4에 버금가는 전력을 만들었고, 이청용의 볼튼 역시 이번 시즌 공수의 조화를 바탕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또한 이번 시즌 승격한 뉴캐슬과 블랙풀이 각각 8위와 10위에 자리하는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빡빡하기로 유명한 박싱데이(Boxing-Day) 일정이 다가오면서 순위싸움은 더 점입가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팀들은 챔피언스리그 등 컵대회까지 출전했기에 얼마나 주전들의 체력관리를 잘 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또한 중위권 팀들은 박싱데이를 통해 지쳐있는 빅4의 아성을 넘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있다.
물론 이 상황이 시즌 끝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수차례 우승을 해본 빅4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올시즌 많은 예상들이 빗나가며 EPL은 그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앞으로도 치열한 순위 싸움이 볼만하다.
[첼시 맨유 리버풀 아스날 앰블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유투브 동영상 캡쳐]
유병민 기자 yoob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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