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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했어요”“사업에 실패하고 나니 자살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더라니까요” “이혼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결심했어요”…
연예인들이 방송 토크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힘든 처지를 언급하며 ‘자살’을 언급하는 경우가 끝이 없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니홈피 등을 통해 “죽고 나면 그 다음에 반성하실 거예요”섬뜩한 자살협박의 뉴앙스 마저 풍기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 연예인도 있다.
지난 2005년 2월 22일 스타 배우 이은주(25)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안재환 최진실에 이어 올 들어서도 최진영 박용하가 자살을 해 큰 충격을 줬다. 연예인 자살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그리고 급증하는 일반인들의 자살에 적지 않은 원인으로 작용한 것도 연예인의 자살이다.
연예인의 자살은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해 자살을 시도하는 베르테르 효과에서부터 자살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에 이르기까지 일반인의 자살에 대한 인식과 생각에 큰 영향을 준다. 2008년 10월 최진실의 자살사건 이후 자살률이 전월대비 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연예인의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모방 자살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진실의 자살사건 직후 한 포털업체가 대학생 9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예인 자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연예인의 자살이 얼마나 일반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설문대상 대학생중 '연예인들의 자살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16%)와 '영향을 받는다'(29%)라고 답해 연예인의 자살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응답자의 4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큰 영향을 주는 연예인의 자살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고 분석한다.
자살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돼서는 안된다. 중견 연기자 최불암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선배 연예인으로 한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배 연예인들의 자살을 보면서 저역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연예인의 자살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가장 큰 죄악입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는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의 처지가 힘들었다는 말을 하면서 자살을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자살에 대한 언급은 자살시도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부터 자살을 생각했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방송사는 자살이라는 내용이 너무나 심각하고 자극적인데도 아무런 편집이나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낸다. 연예인 역시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데도 너무나 무책임하게 ‘자살’을 자주 언급한다.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자신의 힘든 상황을 자살을 말하지 않고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데도 자살과 결부시켜 말하는 행태가 이제 도를 넘어섰다. 연예인의 자살과 자살언급이 사회나 대중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방송사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자극적인 자살 언급으로 눈길을 끌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자살 언급이 홍수를 이루는데도 이에 대한 지적이나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연예인들 스스로가 자살에 대한 언급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한다. 연예인들의 자살에 대해 너무 쉽게 언급한 것이 대중의 자살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여, 제발 방송에서 자살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하지 마라!
[연예인의 자살뿐만 아니라 자살에 대한 언급도 대중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준 박용하-최진영-최진실(위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안재환-정다빈-이은주(아래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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