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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SBS 주말극 ‘시크릿가든’이 표절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유명만화가 황미나 작가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중인 웹툰 ‘보톡스’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시크릿가든’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즉각 반박에 나섰고,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이번 표절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번 논란의 발화점이 된 황작가 측에서는 정작 ‘시크릿가든’이라는 드라마 제목을 말한 적이 없단 것입니다. 이 논란을 바라보는 제 3자들이 몇가지 단서들로 그 드라마가 ‘시크릿가든’이라 추측했고, 그 추측이 지금과 같은 큰 사태로 번져버린 것이죠.
먼저 황작가의 웹툰 ‘보톡스’는 어느 순간 나이가 들어버린 걸 깨닫고 우울함에 빠진 여작가 이영숙이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남자 '혁'과 게임 속에서 만난 '건' 등 두 형제로 인해 삶이 변화한다는 내용의 만화입니다. 황작가는 표절논란에 현재 웹툰 연재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3일 황작가가 자신의 미투데이에 “가져갈 거면 정직하게 말하고 가져가라. 이제 더 이상 소스제공자로 살기 싫다”고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황작가의 팬들은 이 글만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황작가의 동생 황선나 작가가 언니의 팬카페에 올린 ‘황미나가 언제까지 소재, 캐릭터, 아이디어 무료제공자로 살아야 할 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표절과 연계된 것이라 생각하게 됐죠.
네티즌들은 이 글에서 “방송되기 전 기사에서는 게임에서 사랑하는 어쩌구 저쩌구 환타지 드라마라고 해서 화들짝 했었지만, 다행히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게임에 관한 것은 빠진 채 방송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발영어’, ‘패션테러’, ‘좋아하는 여자에게 심술부리고 괴롭히는 남자’ ‘내레이션처럼 나오는 글’ 등을 지적한 것을 단서로 표절로 문제삼은 드라마가 ‘시크릿가든’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시크릿가든’이 방송 전 포털사이트 관련 정보란에 “현실과 게임을 오가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로 소개된 것, 극중 윤슬(김사랑 분)이 ‘발영어’를 하는 것, 김주원(현빈 분)이 볼품 없고 비싸기만 한 옷을 입는 것, 김주원이 좋아하는 길라임(하지원 분)의 액션스쿨을 찾아가 괴롭히는 것, 김주원이 시처럼 내레이션을 읊는 것 등이 황선나 작가가 지적한 부분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죠.
논란이 커지자 김은숙 작가와 드라마 제작사 측은 황당하다면서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김은숙 작가는 트위터로 표절설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로맨틱 드라마에 널리고 깔린 설정”이라며 하나하나 반박하고, “제가 '보톡스'라는 웹툰을 보았다면 더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한번 표절이라고 찔러 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동 정말 화나네요”라고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아울러 제작사 측은 ‘시크릿가든’이 초반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소개된 것에 대해 “드라마 방영 전 ‘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판타지’라고 포털사이트에 소개됐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온 지 모르겠다. 우리는 처음부터 게임을 드라마에 차용하고자 한 적이 없다”면서 “당시 그렇게 드라마가 소개된다는 걸 알고 포털 측에 즉시 수정을 요청한 바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렇게 양측 다 강한 어조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습니다. 황작가 측이 문제 삼은 드라마를 ‘시크릿가든’이라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황상 ‘시크릿가든’이란 추측에 힘이 실리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다른 드라마도 거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황작가가 정확한 드라마를 언급하지 않아 다른 드라마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시크릿가든’에도 해당되는 바 입니다.
황작가가 정말 자신의 작품이 특정 드라마에 “소스제공”된다고 생각되고 이로 인해 “너무나 속이 터졌다”면 이런 방식으로 불만을 제기하면 안 됐습니다. 황작가 측이 미투데이와 팬카페를 통해 팬들에게 두루뭉술하게 하소연한 것은 추측만 난무하게 했고,‘시크릿가든’이 표절논란으로 대서특필될 때는 오히려 침묵을 지키는 상반되는 반응으로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황작가는 억울하고 속상한 만큼 철저한 분석과 구체적인 지적을 토대로 법에 호소해야 했습니다. 이런 식이면 김작가가 말한대로 “표절이라 찔러보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각 분야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은 두 작가 모두에게 오명이고, 자존심에도 상처를 내는 일입니다.
‘표절’이란게 참 정의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가요 쪽에선 보통 4마디가 겹치면 표절이다, 아니다 평가한다지만 극작품에서는 어떤 부분을 표절로 봐야할지 그 기준이 상당히 애매합니다. 극중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이 비슷하다거나 대사가 똑같다거나 하는 부분에서 표절여부를 판단해야만 합니다만 통째로 베껴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표절판결을 받기 힘들죠.
이런 부분에 있어서 황작가의 억울한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속상한 감정과 심증만 가지고 표절논란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한 한번 ‘표절논란’이 붙었던 드라마는 '팩트'와 상관없이 향후 100% 순수 창작물로 보여지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시크릿가든’이 이번 사태를 통해 떠안게 된 짐입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표절여부를 떠나 두 작품과 두 작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시크릿가든'(왼쪽)-'보톡스'. 사진=SBS, 네이버 웹툰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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