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객원기자] 또 한번의 작별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20일 롯데 자이언츠에게 투수 고원준을 주고 외야수 박정준과 투수 이정훈을 받아들이는 1-2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이번 트레이드로 가장 괴로운 사람은 누구일까. 현금 트레이드 의혹을 사고 있는 넥센 구단일까. 아니다. 바로 넥센의 팬들이다. 끊임없이 트레이드설이 제기된 강정호나 손승락은 아니었지만 고원준이 트레이드된 것 역시 충격 그 이상이다.
넥센은 내년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고원준을 내줘선 안 됐다. 팀의 미래이기도 하지만 이미 주축 선발투수로 올라선 그이기에 쉽게 내줄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넥센은 내년에 '구원왕' 손승락을 선발로 전환시키고 올해 1세이브를 거둔 이정훈을 마무리투수로 쓰겠다며 최고의 우완 선발 유망주라 할 수 있는 고원준을 내줬다.
그나마 희망을 찾고 싶은 넥센 팬들에겐 고원준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올해 고원준은 강팀 아니면 하위권팀 에이스와 자주 대결했다. 어찌 보면 혹독한 훈련이었다. 그러나 고원준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텼다. 넥센 팬들이 보기에 대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에게 '우리 선수' 고원준은 없다. 고원준이 넥센 유니폼을 입고 등판했던 모습은 이제 짧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그간 넥센의 트레이드를 통해 간판급 선수, 유망주 가릴 것 없이 누구든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넥센 팬들을 분노를 넘어 초월하게 만든다. 앞으로 '깜짝 스타'나 '흙 속의 진주'가 발견돼도 '떠날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설 것이다.
이미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드높인 강정호를 보며 팬으로서 당연히 뿌듯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치 상승으로 인한 트레이드를 걱정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넥센은 2008년 우리 히어로즈로 시작한 3년차 구단이지만 적지 않은 골수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니 골수팬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선수들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건너왔기 때문이다. 현대는 한국시리즈 우승 4회에 빛나는 명문구단이었지만 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야구판을 떠났고 그 자리를 지금의 넥센이 채우고 있다.
우리 히어로즈 시절부터 불안한 팀 운영은 계속되고 있다. 스폰서 문제와 가입금 미납 사태로 도마에 오른 뒤 결국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로 넘겨야 했고 현금 트레이드를 금지시켜도 트레이드는 끊임이 없다.
이젠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만약 현금 트레이드가 아니라면 넥센은 더 큰 질책을 받아야 마땅하다. 현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보강을 위해서라면 트레이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넥센이 일으킨 트레이드 중에서 납득할만한 트레이드는 찾기 힘들다.
이도 저도 아닌 막무가내식 팀 운영은 결국 모든 팬들을 떠나게 만들 것이다. 팬들에게 충성심을 요구하는 게 '사치'가 되는 순간 모든 '가치'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인천을 떠날 때도 현대를 놓지 않았고 현대가 떠날 때도 넥센을 붙잡았다. 1루 관중석의 한 팬과 3루 관중석의 한 팬이 설전을 벌일 수 있는 황량한 수원구장에서도 나름 자리를 지켰다. 프로야구보단 아마야구가 더 잘 어울리는 목동구장에서도 꿋꿋이 버텼다. 그러나 지금 남은 것은 무엇인가.
[롯데로 트레이드된 고원준. 사진 =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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