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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금아라 기자] 한 세대를 풍미했던 스타PD의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일까. 10년만에 세상에 나온 그의 작품은 잔잔하면서도 깊었다. 그러나 작품과 달리, 그의 눈빛은 강렬했다. ‘야망의 전설’, ‘사랑하세요’로 90년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영진 PD는 “10년간 ‘묻어둬야만 했던’ 갈증을 우선 특집극 ‘고마워, 웃게 해 줘서’로 풀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항상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습니다. 몸도 힘들었지만 (연출을 못해서 마음이)힘들었죠. 너무 힘들어죽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촬영하면서 제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찾았고 정말 좋았습니다.”
말하는 내내 김영진 PD은 눈을 찌푸리면서도 입으론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손으론 연신 다리를 매만졌다. 통증 때문이다. 작년에는 소용없던 진통제가 올해는 효과가 있어 한결 나아졌지만 그래도‘약발이 안들 때’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른다.
김영진 PD는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국가 공인 1급 장애인”이다. 2000년 7월 휴가차 건너간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극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대신 몸의 자유를 잃었다. 좌절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적극적으로 재활에 임해 2002년 ‘다시는 못 올줄 알았던’ KBS에 재입성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는, 혹은 지팡이에 의지해 세발로 걷는 PD에게 연출의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일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주위에선 안될것(일을 못할 것)이라는 말만 들려왔죠. 관계자들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갔습니다. 비장애를 가진 사람도 때로는 힘든 일인데 장애를 가진 제가, 그것도 10년만에 연출을 하겠다고 했으니…처음에는 서운했습니다. ‘연출 하고 싶냐고 한번이라도 물어봐줬으면, 그러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목 위까지 차올랐었죠”
“그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촬영작업을 과연 제대로 해낼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0년만에 돌아온 촬영장은 정말 낯설었습니다. 한창 일했던 90년대말과는 달랐죠. 두 사람이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해줬습니다. 90년대에 CG가 흔하지 않았는데 이건 CG처리로 할 수 있다고 말도 해주고…배우들의 연기와 노력도 말할 것 없죠. 주변 도움이 많아서 도와주는대로 살았습니다 허허. 진통제가 효과가 없을때 고통도 컸지만 웃음이 났던게 그 이유에서였나 봅니다”
그렇게 ‘고마워, 웃게 해줘서’는 빛을 보게 됐다. PD부터 배우까지, 실제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그야말로 기적적인 작품인 셈이다. 장애인들로 이뤄진 ‘으랏차차 유랑단’이 비장애인을 대상을 전국 순회공연을 하는 과정과 모습을 그린 ‘고마워 웃게 해줘서’ 는 강원래, 오세준, 김지혜 등 장애를 가진 출연진들이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불현듯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왜 그는, 10년만에 돌아온 촬영장에서 이 드라마를 만들어야만 했을까.
“먼저 기존 방송의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장애 극복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이는 장애인을 두번 죽이는 겁니다. 극복한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극복이 아니라 배려를 이야기 하고자 했습니다. 또 절망에 빠진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엔 우울증, 학력걱정, 취업걱정 등으로 마음이 장애인인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을 향해서 ‘(장애인인)우리도 뜁니다. (비장애인인)당신이 왜 고민하십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김영진 PD가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 KBS 성탄특집드라마 ‘고마워, 웃게 해 줘서’ 는 12월 25일 밤 11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출연자 강원래(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영진 PD.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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