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학
[마이데일리 = 유병민 기자] 연일 구제역이 확산되는 가운데 자식처럼 키우던 소 121마리를 땅에 묻은 한 축산농가의 아들이 살처분 통보부터 매몰까지의 순간을 생생히 기록한 글이 네티즌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지난 22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구제역 살처분 축산농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파주에서 축산농가를 하고 있는 유동일씨가 장문의 글을 올렸다. 유씨는 축산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어려움과 자식처럼 키운 소들의 살처분에 따른 아픔은 물론, 날밤을 새우는 방역직원들의 고충도 절절하게 담겨 있어 구제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유씨는 "저의 부모님은 지난 13년간 한우를 키우셨다"고 글을 시작하며 시간별로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통보를 받은 뒤 그 과정을 서술했다.
매몰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19일 밤 11시 파주시 축산계장으로부터 우리가 키우는 한우가 예방차원 살처분 대상이라는 통보 전화를 받았다. 지난 12일 출하를 위해 농장을 방문한 차량이 구제역 오염농장에 들렀던 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20일 살처분을 위해 농장 한가운데를 파서 매립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하수 오염과 121마리를 매장한 곳에서 편히 살 수 없다는 어머니의 눈물 탓에 매립지 확보를 위해 살처분을 하루 연기했다.
- 21일 오후 3시 살처분을 하고자 방역담당 여직원 1명과 남자 직원 1명이 농장에 왔다. 오후 5시, 파주시 관계자가 찾아와 부모님께 무릎을 꿇고 '예방적 살처분에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사정했다. 이 직원은 어머니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오후 6시에 아버지와 나, 동생은 마지막으로 가는 소들을 위해 고급사료를 줬다.
소들을 안락사시키려고 주사기에 독약을 넣던 여직원은 주사기 개수를 확인할 때마다 구토했다. 30대 주부인 이 직원은 '살처분 때문에 3일째 밤샘하고 있다. 1주일째 소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후 7시가 되자 안락사가 시작됐다. 큰 소는 2분 만에, 암소는 1분 만에, 송아지는…. 여직원은 송아지들의 독약 주사기를 들고는 '제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네요'라고 울면서 바늘을 찔렀다. 그러고는 다시 구토했다.
- 22일 오전 1시, 마지막 송아지가 죽는 것을 확인했고, 방역 당국은 농장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소들을 덤프트럭에 실었다. 같은 날 오전 4시 30분, 파주시 직원들은 '죄송하다' 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돌아갔다.
이어 유씨는 보상 기준과 농가 재건에 관련해 언급했다.
유씨는 "무엇보다도 120두 정도 규모의 한우농장에 도달하는데 저의 집은 13년 걸렸습니다. 그 동안의 주말과 휴일도 없이 노력과 고생하신 저의 부모님의 땀은 누가 보상을 합니까? 입식을 위해 대출해준다고 합니다. 세제해택은 찾아볼 수 없으며,,, 현 부채에 대한 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감면?? 몇 %의 감면인지? 원래 축산농가 대출 이자율을 시중은행보다 원래 낮습니다. 이자감면이 의미가 있는지..."라고 한뒤 "결론을 말씀드리면,,, 현 보상 '시가 100% 반영'은 무책임한 문장이며 정확한 기준과 항목이 없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현재의 살처분 보상으로는 현실적인 농가 정상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식을 보내는 아픔이겠지요....힘내십시요~!" "힘내세요.어릴때 시골에서 소를 키워본 사람으로 마음이 아프네요" "힘내십시요!! 응원하겠습니다!!"라며 유씨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있다.
현재 유씨의 글은 약 7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약 590여개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유동일씨 아고라 청원 글. 사진 = 다음 아고라 캡쳐]
유병민 기자 yoob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