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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요즘 SBS ‘시크릿 가든’열풍이 대단하다. 10~20대 뿐만아니다. 중장년층도 ‘시크릿 가든’신드롬에 가세했다.
기존 드라마의 익숙한 구조와 코드를 기저로 깔면서도 요즘 젊은이들의 풍속도나 사랑관을 잘 녹여내고 있고 무엇보다 김은숙 작가의 특기이자 강점은 최신 트렌드를 담보하거나 선도하는 짧은 경귀같은 대사 구사도 인기의 한몫하고 있다. 물론 흔히 보는 신데렐라 구성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판타지를 교묘하게 접합시켜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환상을 갖게 하는 제작진의 뛰어난 드라마 구성력도 세대를 아우르며 눈길을 끄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난한 스턴트우먼 라임과 백화점 사장인 주원과의 사랑이 ‘시크릿 가든’의 주내용이다. 간단하게 한 줄로 설명하면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속내를 보면 계급의 문제, 자본의 문제를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크릿 가든’의 백화점 사장인 주원(현빈)과 스턴트우먼, 라임(하지원)의 사랑을 말리는 주원의 어머니를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최근 우리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매값폭행’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 최철원(41) 전 M & M 대표다.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최철원씨는 지난 10월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 주지 않는다며 1인 시위 등을 한 화물차 운전사 유모(52)씨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10여 차례 때리고 '매값'으로 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6일 최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외국 언론까지 보도할 정도로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준 ‘재벌 매값 사건’은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방송에서 운전사 유모씨의 '매값’주장을 들으면서 전문가들은 돈이면 다 해결할 수 있는 그야말로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천민자본주의의 극치와 병폐를 보여준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렇다면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과 사랑한다는 이유로 돈으로 회유해 결별을 강요하고 온갖 모욕적인 언사로 두 사람의 사랑을 단절시키려는 행태는 피해자 유모씨가 말하는 ‘매값’과 다를 바가 없다.
‘시크릿 가든’에서 어머니는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각종 물리적, 심리적, 언어적 폭행을 행사한다. 돈이면 다된다는 천민자본주의 분신이 바로 주원의 어머니다. 문제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불변의 법칙처럼 등장하는 캐릭터가 주원의 어머니같은 캐릭터다. 계급이 다른 가난한 여성과 재벌집 남자의 사랑을 말리는 것은 재벌부모의 돈의 회유다.
요즘 방송되는 MBC 주말극 ‘글로리아’에서도 재벌 아버지가 가난한 여가수를 좋아하는 아들과의 결혼을 말리기 위해 돈으로 회유한다. 사랑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돈으로 회유한 것이나 매값을 지불하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불법성의 유무에만 차이가 있을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랑의 갈등의 기제로 너무나 자주 그리고 너무나 손쉽게 스테레오 타입식으로 등장하는 재벌부모들의 돈으로의 자식사랑 말리기는 엄청난 병폐이자 문제를 안고 있는 행태다.
‘시크릿 가든’을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에서 이러한 행태의 문제와 병폐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너무나 익숙한 설정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으로 회유하는 것을 단순히 사랑의 갈등의 기제로 활용한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재벌 2세를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행하는 재벌부모들의 물리적,심리적, 언어적 폭행은 매값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시청자나 제작자는 그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시크릿 가든'(위쪽)과 최철원씨의 폭행사건을 다룬 '시사매거진 2580'(아래쪽). 사진=SBS제공]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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