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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흔히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기량으로 서로 경쟁하는 두 사람을 ‘라이벌’이라고 한다. 그 예로는 수영의 박태환-장린, 테니스의 페더러-나달, 야구의 류현진-김광현, 개그계에는 유재석과 강호동을 꼽을 수 있다.
‘라이벌’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할 상대이지만 때론 서로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는 존재다.
피겨계에도 누구나 다 아는 라이벌이 있다. 바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다. 지난해 2월 26일 밴쿠버 동계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에서 아사다는 김연아 순서 바로 전에 등장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경기를 지켜보는 해설위원들은 아사다의 경기 직후에 등장한 김연아가 심적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검은색 피겨 의상을 입고 준비 동작을 취한 김연아는 긴장된 듯하면서도 비장한 표정이었다. 음악이 시작되자 김연아는 멋진 본드걸 연기를 선보이며 보란 듯이 78.50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다.
이틀 후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는 은반 위를 푸른빛으로 수놓으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연아는 승리의 눈물을 흘렸고 아사다는 패배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는 아사다의 몫이였다. 당시 김연아는 올림픽에서의 후유증으로 크게 넘어지는 실수를 하면서 2위에 머문다. 이후 김연아는 폭탄 선언을 한다. 그랑프리에 출전하지 않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때문에 아사다는 김연아 없이 그랑프리를 치르게 됐다. 그랑프리 직전 아사다는 “김연아가 출연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라이벌이 존재하지 않는 그랑프리에서 아사다는 8위와 5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설상가상 그녀는 개인 스폰서인 일본 롯데의 CF가 끊기는 수모를 당했으며 일본의 피겨연맹회장은 아사다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겠다라며 질책성 메시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가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일본세계선수권에서 아사다 마오는 준우승으로 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을 움켜쥐었다. 특기인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소화해내지는 못했지만 점프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히 살아난 것을 증명하며 김연아와의 리턴 매치를 예고했다.
마오의 부활은 본인뿐만 아니라 김연아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 TV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자신이 게을러졌다고 느껴질 때마다 지금 마오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힘을 낸다고 밝혔다. 다시 살아나는 아사다를 보면서 김연아는 연습에 더욱더 매진하지 않았을까.
사실상 김연아는 그간 함께 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 선언 후 새 코치 피터 오피가드와의 호흡을 점검해볼 기회가 없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도 “김연아가 1년을 통째로 쉬어본 것은 처음이라 조금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일본선수권대회에서 자신감이 한껏 붙은 아사다는 자신만의 특기인 트리플 악셀로 승부를 걸 것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가 고난도 점프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채점 규정을 바꾸며 트리플 악셀의 기본 점수를 8.2점에서 8.5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장소인 도쿄는 아사다에게 홈 경기라는 이점도 작용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프로그램의 정교함과 점프의 완성도를 앞세우는 김연아에게 라이벌의 부활은 위기보다는 긴장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자극제가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1위를 차지하게되면 트리플 악셀없이도 피겨계의 최강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
얼마전에는 일본 방송사 NTV에서 김연아의 훈련 장면을 몰래 찍어 논란을 빚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의 언론들도 김연아의 등장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만큼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같은 관심에 부응해 김연아는 지난 4일 공식적으로 쇼트프로그램 '지젤', 프리스케이팅 '오마주 투 코리아'대해 설명하며 "내가 원하는 연기를 편하게 하겠다"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한 때 친구였던 두 소녀는 이제 20세 성인이 되어 얼음판 위에서 5번째 대결을 갖는다. 아사다의 부활로 김연아의 독무대가 될 수도 있었던 세계선수권대회는 더욱 재밌어질 전망이다. 오는 3월 ‘라이벌‘ 두 피겨여제의 리턴 매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연아(왼쪽)-아사다 마오. 사진= 마이데일리 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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