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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시규어 로스 멤버 욘시의 내한공연을 보러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나루역 인근의 악스 공연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강변북로를 달리다보니 한강변에 비친 서울 남쪽의 야경이 욘시의 ‘grow till tall’ 노래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얼마 전 혼자 남한 산성을 드라이브 하며 욘시의 노래를 계속 들었기 때문에 서울 야경과 그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욘시의 음악은 kings of leon의 ‘use somebody’ 같이 도시적인 느낌의 곡과는 거리가 멀다.
폐허가 된 잔해 위에 내린 하얀 눈 사이로 조심스레 피어난 꽃과 같이 고요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을 표현하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 대자연의 신비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다보니 벌써 광나루역 근처에 도착했다.
일부에도 알려져 있지만 악스는 일본 시부야 공연장의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다 온 공연장이다. 시부야 악스에서도 공연을 봤지만 시설은 물론 사운드 음향 시스템도 일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욘시의 사운드 역시 앨범을 듣는듯한 정제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는데 욘시의 음악 특성상 웅장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보다는 포근하고 현대적이지 않은 사운드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날의 사운드가 그랬다.
콘솔 옆에 있었지만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정도의 차분한 볼륨감과 악기소리가 전체적으로 잘 조화되고 몽롱한 음악도 잘 표현된 사운드였다. 저역대 음향이 조금 아쉬운 듯 했지만 악기소리들 모두 잘 들리고 별 사고 없이 끝났다.
비브라폰의 활용도가 크고 드럼 심벌을 스네어 위에 올려놓고 친다든지 체인을 퍼커션으로 이용한다든지 하는 여러가지 시도가 보였다. 시규어 로스에서도 바이올린 활을 이용해서 기타를 연주했는데 이날은 비브라폰에 활을 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필터링한 마이크를 하나 더 준비해서 곡에 알맞게 쓰기도 했으며 멤버 전원이 돌아가며 서로의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분주함도 보여주었다. 보컬의 기량은 시규어 로스때보다 일취월장했으며 독수리 오형제와 인디언을 연상케하는 의상과 무대 퍼포먼스도 좋았다.
프로젝터에서 쏘아지는 애니메이션 또한 음악과 더불어 더 큰 효과를 보여줬다. 런던에서 있었던 공연에서는 여러개의 큰 창문들이 보였었는데 이번 공연 때는 설치하질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멋진 사운드와 더불어 감동을 두배로 올려준 훌륭한 비쥬얼이였다.그리고 관객들이 미리 준비한 종이비행기와 눈꽃종이는 흐뭇한 미소를 띄게 해주었고 멘트가 적어도 뮤지션과 관객이 서로 소통하고 있는 걸 다들 느끼고 있었으며 카메라를 가져갔지만 한 장도 찍지 않게 된걸 보면 나 스스로도 상당히 몰입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뒷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오랫동안 동영상을 찍는 관객들과 플래쉬를 터뜨리는 매너 없는 관객들이 이번 공연에는 많이 보였다. 영상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그들의 마음은 이해한다만 정도가 지나친건 좋지 않다고 본다.
이번에 욘시의 공연 dvd가 발매했다고 하니 heima 이후의 또다른 감동을 느껴보자. 감독은 heima와 드래곤 길들이기를 연출한 dean deblois 감독이란다. 공연이 주는 즐거움은 대단하다. 음반으로는 경험하지 못하는 매력이 있다.살아있는 걸 느끼게 하는 소통의 문이 열리고 또 다른 환상의 세계로 우릴 데려가곤 한다.
이번 욘시의 공연은 광활한 대지를 지나 인간이 다을 수 없는 높은 산맥에서부터 눈 녹듯 흘러나온 노래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버려진 공장까지 흘러들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마법을 부리는듯했다.
상상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작곡,작사가 음반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쇼기는 싸이 등의 공연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 시규어로스 욘시]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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