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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단순히 시청률로 평가 받는 현실 속에서,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열악하다. 드라마를 마음껏 만들 수 있도록 방송국과 제작사 측의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나 또한 연기에 최선을 다 할 테니 드라마의 제작 과정을 개선해 달라!”
2010년 12월 31일 열린 2010 KBS 연기대상 시상식은 1일로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자가 발표됐다. 바로 ‘신데렐라 언니’와 ‘매리는 외박중’의 여자 주연을 맡아 열연한 문근영이 전인화와 공동수상했다. 문근영은 최우수상 트로피를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눈물은 절박함으로 변했다. 시청률 지상주의와 열악한 방송사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호소였다.
하지만 문근영의 의미 있는 호소는 소리 없는 메아리가 돼버렸다. MBC의 일일극 ‘폭풍의 연인’이 조기조영은 문근영의 절박하면서도 의미있는 호소를 무력화시키는 단적인 사례다. 김민자, 최명길, 정보석 등 기라성같은 연기자들과 스타 작가 나연숙, 연출 고동선이 나선 ‘폭풍의 연인’은 120회 예정으로 방송에 돌입했으나 11일 현재 36회가 방송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조기종영이 결정됐다. 이달말까지 방송을 하고 끝낼 예정이다.
일일드라마가 기획방송분의 3분1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조기 종영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방송사가 이런 유례가 없는 일을 벌인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시청률이다. 방송사 등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하지만 조기종영의 가장 큰 원인은 5%대 낮은 시청률이다. 방송사는 매번 말한다. 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시청자라고. 방송사에선 5%의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많은 광고 수입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MBC의 시청률 지상주의 행태의 또 다른 그림도 있다. 월화 드라마 ‘역전의 여왕’의 연장방송이다. 15%대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자 20회로 끝날 예정이었던 이 드라마를 10회를 늘리는 고무줄 편성을 단행했다.
시청률에 의한 이같은 조기조영과 연장방송의 행태는 드라마의 제작상황을 열악하게 만든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서 드라마는 자극성과 선정성, 폭력성으로 얼룩지는 막장 드라마의 양산을 낳았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드라마들이 사람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가치를 상실한 채 시청자의 정서를 황폐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시청률에 따른 조기종영과 연장방송 행태는 완성도 높고 독창성 있는 드라마의 설자리를 잃게 한다. 뿐만 아니라 좋은 평가를 받는 드라마도 무분별하게 연장시켜 완성도를 추락시켜 졸작으로 전락시킨다. 그리고 시청률 지상주의에 따른 조기종영과 연장방송의 행태는 연기자나 제작진 모두를 창작의 열정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기 때문에 열정을 갖고 연기에 임하고 있는 한 여자 연기자, 문근영의 눈물의 의미 있는 호소가 허사가 돼서는 안 된다. 제발 시청률로만 드라마의 모든 것을 재단하고 평가하며 종영과 연장을 결정하는 행태는 개선돼야한다.
[시청률로만 드라마를 평가하는 시청률 지상주의 폐해를 개선해달라고 호소한 문근영(위쪽). 시청률 저조등으로 조기종영이 결정된 MBC 일일극 '폭풍의 연인'(아래쪽).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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