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객원기자] 두산은 지난 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 3패로 패하며 아쉽게 한국시리즈 진출이 무산됐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러나 매 경기 1점차로 매듭짓는 명승부로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전에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패를 먼저 당하고도 파죽의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파란도 연출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정수빈과 임재철이다. 사실 정규시즌에서 두 선수 모두 주전은 아니었다. 정수빈(156타석)과 임재철(173타석)의 정규시즌 타석수를 합해도 규정타석(412타석)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정수빈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2로 앞서던 9회초 볼카운트 2-0에서 과감한 스윙으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쏘아 올렸고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적시 3루타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정규시즌 동안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던 임재철은 플레이오프 3차전 연장 11회말에서 좌측 외야로 뻗어가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려 극적인 동점을 이뤄낸 주인공이었고 두산은 손시헌의 끝내기 안타로 대역전극을 완성시켰다.
두산의 2010년 마지막 경기가 된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산이 내세운 외야진은 좌익수 정수빈-중견수 이종욱-우익수 임재철이었다. 정규시즌에서 자주 봤던 김현수-이종욱-이성열의 외야진이 또 한번 변화를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부동의 리드오프이자 국내 일품의 외야 수비를 자랑하는 이종욱이 붙박이라면 나머지 코너 외야 자리는 아직 주인이 누구라고 말하기 조심스럽다.
사실 임재철의 정규시즌 활약이 돋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이성열의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열은 타율 .263 24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첫 풀타임 출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사이 정수빈과 임재철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정수빈은 김경문 감독이 지난 시즌 중 "정수빈을 키워보겠다"고 할 정도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다. 주전 경쟁에 있어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팀의 중심타선 한 자리를 책임지는 김현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쉽게 빠질 수 없는 선수지만 1루수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포지션이 달라질 수 있다.
김현수가 1루수로 뛰면 1루수 최준석은 지명타자 자리로 들어가 외야 한 자리가 생기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팀의 주포인 김동주가 지명타자로 나서는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해 3루수보다 지명타자로 나선 시간이 더 길었던 김동주다. 또한 이원석은 3루수로 뛰기에 모자람이 없다.
결국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이들의 운명은 개인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 상황 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성장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용의 폭에 따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선수보다는 경쟁을 이기고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자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팀 컬러를 어느 지난 해 20홈런 타자 5명을 배출한 두산이 거포 군단으로 발돋움하려면 이성열과 같은 신진 거포를 배치하는 게 우선이 될 수 있고 특유의 발야구를 극대화시키려면 정수빈이 필요하다. 팀을 이끌 베테랑의 역할과 안정된 수비를 기대한다면 임재철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해 LG는 박용택, 이대형, 이병규(9번), 이진영, 이택근 등 '외야 빅5'로 주목을 받았다. 두산도 김현수, 이성열, 이종욱, 임재철, 정수빈 등 모두 주전으로 기용될 수 있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물론 이성열은 이제 풀타임 시즌을 한번 치렀을 뿐이고 정수빈은 아직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없어 LG의 외야 빅5보다 '경력'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외야 빅5' 구도는 분명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현수-이성열-이종욱-임재철-정수빈(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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