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용우 기자] 이대호(롯데)와 추신수(클리블랜드)는 초등학교부터 야구를 같이 한 친구사이다. 둘 다 연봉조정신청을 했지만 한 명은 구단과 협상에 성공했고 다른 한 명은 연봉조정까지 가는 끝에 패해 희비가 엇갈렸다. 에이전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오후 3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연봉조정위원회를 열고 장시간 토론 끝에 구단 측이 제시한 6억 3000만원을 이대호의 내년시즌 연봉으로 확정했다.
이대호는 연봉 인상 요인으로 지난해 타격 7관왕 및 9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 등의 활약과 함께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꼽았다. 더불어 다른 구단 선수와의 연봉 비교도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단은 2억 4000만원으로 역대 최대 인상폭(FA선수 제외)을 제시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조정위는 회의 후 "롯데 구단 의견이 합리적이었다"고 말한 뒤 "양측이 제시한 타 구단 선수와의 연봉 비교에 대해서는 지난해 밝힌 바와 같이 연봉고과시스템이 구단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채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대호가 논리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대호의 성적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선수의 연봉을 우선으로 삼은 선수의 자료보다 구단의 고과 기준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반면 이대호와 함께 추신수도 지난 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연봉조정신청을 냈다. 하지만 조정위로 가기 전에 구단과 지난 해보다 9배가 인상된 397만 5000달러(약 44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 뒤에는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있었다.
과거 박찬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을 때 텍사스와 5년 6500만달러의 계약을 이끌어낸 이가 바로 보라스다. 선수들에게는 천사이지만 구단으로서는 악마인 존재다. 보라스는 FA자격을 얻은 선수가 계약을 체결할 때와 조정위원회서는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선수들이 혼자서 싸워야 한다. 지금까지 조정위로 가서 승리한 경우도 2002년 유지현(현 LG코치)이 유일했다. 당시 유지현은 구단보다 논리적으로 자료를 제시해서 승리한 케이스다.
만약에 이대호 뒤에 보라스 같은 에이전트가 있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유지현(현 LG코치)에 이어 두 번째로 승리한 선수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대호-스캇 보라스. 사진 = 마이데일리DB,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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