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메일맨] 지난 시즌 프로농구 MVP였던 함지훈이 지난해 울산 모비스의 통합 우승을 함께 이끌었던 파트너이자 '동네 형' 양동근에게 보내는 편지
TO. 동근이형
안녕하십니까!
어제도 통화했었는데 이렇게 편지로 쓸려니 참 어색합니다.^^ 참 형이랑 저랑 인연은 재미있으면서도 특별한 거 같습니다. 형이랑 저랑 처음 만난게 중학교 때였는데 기억하나 모르겠네요? 서로 벤치 신세에 다른 사람 볼 잡아주고. 전 살 빼려고 농구하는 애, 형은 몸이 허약하고 키가 작아 몸 튼튼히 키우고 키 크려고 운동하는애. 근데 우리가 우승도 하고 상도 타고 참 많이 컸네요. 우리.^^
돌이켜보면 작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ㅎ 즐거웠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게임이 잘 안 풀렸을 때 형이 위로했던 말들 다 가슴속에 담고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그놈의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고ㅎㅎ 내가 해야 될 말을 형이 자주 하니깐 미안해서라도 한 발 더 뛰게 되고 열심히 하게 되고ㅎ 농구하면서 가장 짜릿하고 즐거웠던 작년이었네요.^^
부대에서 항상 경기 보고 있습니다. 정말 힘든 거 알고 있고요. 많이 힘들겠지만 그럴수록 더 즐기면서 재미있게 농구하는 형을 보고 싶네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프로 1년차에 멋 모르던 시절 울산에서 한일챔프전때 농구 재미있게 하자던 형 말^^ 비록 그때 용병이 말썽이었지만 정말 즐기면서 농구했잖아요! 힘내요 형!
제 인생 롤모델인 동근이 형! 다치지 말고 화이팅입니다! 울산 모비스 화이팅! 양동근 화이팅! 내년에 또 재미있게 농구 해 봐요! 형!
그리고 '메일맨' 저번호에 제게 편지 써 주신 유재학 감독님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존경하는 감독님. 편지 잘 봤습니다. 항상 기대하시고 믿어주시는데 항상 실망만 시키는 못난 제자 함지훈입니다. 여기 부대에 재활시설이나 치료·운동시설이 좋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프로 처음 왔을때부터 2년차, 3년차 지금까지 이런 선수로 만들어주신 거, 믿어주신 거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무뚝뚝한 제자라 표현을 잘 못하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 가지고 있답니다.
솔직히 프로 처음 와서부터 지금까지 감독님께 수없이 들었던 소리입니다. '슛에 자신감을 가져라' '슛 연습을 더해라' 그 때마다 전 골밑 플레이만 고집하고 감독님 말씀을 듣지 않은 것이 정말 뼈저리게 후회됩니다. 부대에서 열심히 슛 연습해서 가겠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제가 감독님을 만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화이팅입니다!
<편집자 주>'메일맨'은 프로농구 스타들이 평소 고맙거나 미안했던 선수, 감독, 관계자들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내는 릴레이 코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림 안에 볼을 집어넣었던 '메일맨' 칼 말론처럼 올 시즌 내내 농구스타들 마음의 가교 역할에 충실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 KBL]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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