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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가수들이 왜 잔인한 '서바이벌'까지 하게 됐을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6일 오후 첫 방송서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윤도현, 이소라, 정엽 등 7명의 가수들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완벽하고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게 진짜 가수다", "내 귀가 정화됐다", "감동 받아 눈물 흘렸다" 등 호평 일색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가 전해준 감동이 한편으로는 씁쓸한 이유가 있다.
이날 방송서 7명의 가수들이 각자 부른 히트곡은 서로 다른 색깔의 매력을 지녀 어느 곡 하나 버릴 것 없이 감동적이었다. 덕분에 이날 선보인 7곡은 방송 후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박정현의 '꿈에' 등은 발표된 지 꽤 지난 노래들이지만 대중이 직접 그 노래를 듣기 위해 찾아 나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TV를 틀기만 하면 흘러나오는 단순한 멜로디의 후크송에 중독된 최근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듯 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이처럼 큰 감동을 준 가수들이 이제서야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날 김건모와 백지영 등 일부 가수들만 제외하고는 3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등을 차지해 본 가수는 거의 없다. 음악 프로그램 차트 상위권에도 이들의 노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데, 따라서 시청자들은 직접 찾아 듣지 않고는 이러한 감동적인 노래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또 최근 SBS '김정은의 초콜릿'이 폐지가 결정된 것을 비롯해 '나는 가수다'를 제작한 MBC 역시 '음악여행 라라라'가 이미 폐지된 바 있어 가수들의 설 자리가 거의 사라진 게 현실이다.
따라서 '나는 가수다'에 참여한 가수들 역시 주말 황금 시간대에 아이돌 아닌 가수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작진의 말에 솔깃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첫 방송에서 느꼈듯이 이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자의 가창력이 모두 훌륭했는데, 이번 '나는 가수다'에 참여한 가수들도 가창력의 순위를 겨루는 것 보단 자신의 노래를 더 많은 시청자 층에게 소개할 수 있단 점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은 주말 황금 시간대에 무대를 얻는 대신 서바이벌이란 잔인한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단지 노래만 부르는 무대로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또 다시 프로그램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을 제작진을 물론 가수들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분명 '나는 가수다'가 첫 방송에서 들려준 노래들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첫 번째 서바이벌이 끝나면 누군가는 꼴등의 멍에를 짊어진 채 탈락하게 된다.
데뷔한지 10년이 넘는 가수들이 굳이 자신의 가창력에 순위까지 매기며 탈락의 벼랑 끝에서 노래 부르지 않고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현실. 이것이 이들의 감동적인 무대가 씁쓸한 이유다.
['나는 가수다' 이소라, 정엽, 백지영, 김범수, 윤도현, 박정현, 김건모(위부터). 사진 = MBC 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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