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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싸인’은 마지막회에서 대형 방송사고를 저질렀다. 장시간동안 음향이 들렸다 안들렸다가를 반복했고, 배경음악을 넣지 못해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생으로 안방극장에 전달됐다. 심지어 화면조정 시간에나 볼 수 있는 컬러바가 등장해 마지막회를 보는 시청자들을 크게 당황시켰다.
이런 ‘싸인’의 마지막회 방송사고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잘못이다. 편집시간이 부족해 일어난 대형 실수다. 제작진은 이를 금방 인정하고 해당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촬영이 진행되다보니 후반작업의 시간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채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음향과 영상에서 매끄럽지 못한 화면을 보여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 사과를 전했다.
당시 ‘싸인’ 팀은 마지막회 방송시작 한시간 전까지 촬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 박신양은 이날 오후 9시경 자신의 트위터에 “드디어 모두 끝났습니다”라며 촬영종료를 알렸고 이를 통해 촉박했던 촬영시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촬영이 늦게 종료됐으니 편집과 후반작업에 당연히 무리가 뒤따랐고, 결국 대형 방송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대형 방송사고는 SBS ‘시크릿가든’ 마지막회에서도 일어났다. 당시 윤슬(김사랑 분)이 스케치북에 글을 적어 오스카(윤상현 분)에게 진심을 표현하는 로맨틱한 장면에서 스태프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두번째 스케치북", "무전기 치워요", "자, 세번째 스케치북" 등의 소리가 또렷하게 흘러나오는 방송사고가 일어나 극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코미디로 바꿔버리는 오점을 남겼다.
방송관계자들은 드라마를 생방송처럼 만들어 겨우 내보내는 제작 관행을 고치지 않는 이상 이런 방송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방송 당일날 겨우 촬영을 마쳐 방송을 내보내는데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 이번 ‘싸인’의 방송사고는 시간에 쫓겨 드라마를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 제작의 안타까운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드라마의 생방송 제작은 비단 음향이나 화면의 방송사고와 같은 문제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떠나서, 들어가야 할 장면이 생략되거나 비중이 줄어들어 드라마의 스토리 완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실제로 ‘싸인’은 고다경(김아중 분)이 죽은 윤지훈(박신양 분)의 환영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검을 진행하며 영원한 멘토로 두 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장면으로 끝나려 했으나 해당 장면은 결국 방송을 타지 못했고, 공원신으로 어줍잖게 끝나버려 큰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다른 수많은 드라마들도 생방송 제작환경 속에서 아슬아슬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이제 막 방송을 시작한 몇몇 신참내기 드라마들은 벌써부터 다음 주 방송분의 대본이 한 주 전에 완성되고 있어, 앞으로 10회 이상을 끌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게다가 미니시리즈보단 여유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주말드라마들도 생방송으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니, 제대로 된 스케줄 속에서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여유롭게 촬영을 진행하고 충분한 고민 속에서 편집이 이뤄지는 드라마 제작 환경은 한국 드라마가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사전제작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청자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사전제작으로 완성된 드라마는 흥행한 적이 없어 방송가에선 사전제작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의 흥행을 사전제작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데는 분명 무리가 있다. 이는 드라마 주제가 시청자의 흥미를 끌만한 것인지, 스토리가 설득력이 있는지,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를 잘 표현했는지 등 작품 자체를 두고 평가해야 할 문제다. 모든 걸 사전제작 드라마의 한계로 보고 ‘사전제작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한다’로 단정짓기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드라마가 생방송 제작 환경을 벗어나는 길을 사전제작 밖에 없다. 미국와 일본 등 해외 드라마들은 100% 사전제작이다. 따라서 생방송 진행으로 인한 방송사고는 일어나지도 일어날 수도 없다. 한국 드라마도 사전제작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고 좀 더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싸인'의 방송사고. 사진=SBS 방송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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