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하는 날 저는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습니다. 시범경기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들로 사직구장의 열기는 뜨거웠고, 저는 그곳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 대박조짐을 보았습니다. 저는 올해부터 SBS ESPN의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베이스볼S’의 진행자를 맡게 된 배지현입니다. 이렇게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야구 프로그램의 MC를 맡게 된 것이, 또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과 그날의 경기를 되짚어 보고 함께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기쁜지 모릅니다.
사실 저의 새로운 도전은 설렘과 동시에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미 준전문가인 많은 야구팬들의 눈에 제가 어떻게 비쳐질지도 걱정이고, 아직은 모든 게 처음이라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슈퍼모델 출신 스포츠 아나운서 1호라는 점에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계신 듯합니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슈퍼모델이 된 것은 저에게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젊었을 때엔 누구든 분야에 상관없이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그 중 하나가 2009년 슈퍼모델 대회였습니다. 하지만 모델이 아닌 아나운서의 길을 걷고 있는 저에게 이 프로필이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깨야 하는 숙제 또한 남겨준 것 같습니다.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외모가 아닌 끼와 깡, 그리고 무엇보다 체력과 인내심을 겨루는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약 6개월간 대회기간의 고되고 힘들었던 기억은 지금처럼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더 다부진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됩니다. 저는 슈퍼모델이 되기 전부터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고, 스포츠라는 전문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디어 손에 쥐었습니다. 앞으로 방송에서, 그리고 스포츠 현장에서 노력하는 모습과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면서 슈퍼모델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싶습니다.
제가 아나운서의 꿈을 가진 건 꽤 오래전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리포터 활동을 하면서 방송경험을 쌓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스포츠라는 전문성까지 갖춘 스포츠 아나운서는 그런 저에게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을 앞두고 찾아온 오디션 기회를 통해 SBS ESPN과 인연을 맺고, 운명처럼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 야구 프로그램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는 그라운드에서 선수로서 구슬땀을 흘렸던 안경현 해설위원과 양준혁 해설위원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관중석에서만 볼 수 있었던 분들과 앞으로 같이 일을 하게 돼 영광스러웠습니다. 감독님들과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때면 제가 정말 ‘야구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게 현실로 느껴집니다.
시범경기 기간에는 시간이 될 때 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현장에서는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도 지켜볼 수 있고, 감독님들이 하시는 말씀도 귀담아 들을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좋은 정보와 지식이 됩니다. 사실 기본적인 것만 알아도 스포츠를 즐기기엔 충분합니다. 저 역시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데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가 직업이 됐기 때문에 매일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보고, 팀별로 선수들의 프로필을 파악하고, 무엇보다 최신 기사를 위주로 동향을 파악합니다. 하지만 제가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든 팬들을 위해서는 모자랍니다. 아는 것이 많은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팬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잘못된 정보나 그릇된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더불어 스포츠를 분석하는 눈과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베이스볼S’를 진행하게 된 지금 제 가장 큰 고민은 저만의 색깔은 뭘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방송계 선배님들의 조언에 따르면 색깔은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방송을 하면서 차근차근 나오게 되는 거라고 합니다. 저는 “여동생 삼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요. 이런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방송을 하면 차츰 저만의 색깔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무엇보다 ‘베이스볼S’를 위해 많은 분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준비 한 만큼,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가 삶의 에너지인 분들, 스포츠에 취미 이상의 열정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야구가 주는 흥분과 감동을 팬들과 함께 나누고, 경기를 패널과 함께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다 시청하고 나서도 여운이 남고, 보고 또 보고 싶은, 그런 진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사진 = SBS ESPN 제공]
김하진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