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주키치가 제2의 레스, 베이커가 될 수 있을까.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그동안 외국인 선수 대박과 인연이 없었다.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선수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갔다. LG가 영입한 22명의 투수 중 한 시즌 10승을 거둔 선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비록 초반이기는 하지만 올시즌 분위기는 다르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라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 그 중에서도 큰 기대를 갖고 영입한 리즈보다 주키치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 코칭스태프와 팬들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서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성공을 거둔 두 좌완투수의 향기가 풍긴다. 게리 레스와 스캇 베이커가 그들이다.
▲ 한국 무대 성공 거둔 대표적 좌완, 레스와 베이커
1998년 외국인 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많은 선수가 지나갔다. 하지만 한 시즌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31명에 불과하다. 그 중 좌완 투수는 단 7명 뿐이다. 레스와 베이커를 비롯해 나르시소 엘비라, 세드릭 바워스, 마이크 파머, 애드리안 번사이드, 이프레인 발데스가 그들이다.
그 중에서도 레스와 베이커의 활약은 좌완 투수 중 군계일학이었다.
레스는 외국인 선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그가 거둔 43승은 다니엘 리오스(90승), 맷 랜들(49승)에 이어 역대 외국인 다승 3위에 해당한다. 2001년 KIA에서 데뷔한 레스는 데뷔 첫 해 7승 9패 평균자책점 7승 9패 평균자책점 4.34으로 평범한 성적을 남겼지만 이듬해 두산으로 이적한 후 꽃을 피웠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두 차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기도 했다.
2002년 202⅓이닝을 던지며 16승 8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하며 두산 주축 선발로 활약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2004시즌에는 17승 8패 평균자책점 2.60의 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다승에서는 공동 1위, 평균자책점에서는 2위에 오르는 맹활약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2008년에는 가정사로 인해 6경기만에 한국을 떠났지만 2.84라는 수준급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외국인 원년인 1998년에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베이커는 사상 첫 외국인 승리투수로 남아있다. 시범경기에서는 4경기 1패 10이닝 5실점으로 부진해 사상 첫 '퇴출 용병'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정규시즌에 들어가 반전 드라마를 이뤄냈다.
그가 거둔 15승은 그 해 다승 공동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1998년 프로야구 첫 10승 선착자도 그였다. 평균자책점은 4.13으로 조금 높았지만 승리하는 법을 알았다. 비록 실현이 되지는 않았지만 1998년 외국인 투수 중 이듬해 유일한 재계약 대상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볼 스피드보다는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승부했다는 것. 레스는 체인지업, 베이커는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생소한 너클커브가 주무기였다. 이들의 구속은 140km 초반에 머물렀지만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상대 타선을 틀어 막았다. 겉으로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약자'였지만 성적은 다른 선수들이 부럽지 않았다.
▲ 주키치, 제구력과 명품 커터 그리고 팀내 융화력까지 '성공 예감'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데뷔전에서 주키치는 레스와 베이커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시범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던 주키치는 옆구리 통증으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5일 잠실 SK전에 등판한 그의 데뷔전 성적은 4⅓이닝 4피안타 2탈삼진 1사사구 3실점(2자책). 겉으로는 평범에 가까운 성적이지만 속 내용은 성공에 가까웠다. 수비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실점을 최소화 했다. 이닝 종료 후에는 실책한 선수들을 덕아웃 앞에서 기다리며 토닥여주는 의젓함을 보이기도 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km로 다른 외국인 투수들, 특히 160km를 넘나드는 동료 리즈에 비해서는 빠르지 않았지만 이를 다른 장점들로 상쇄했다.
투구내용을 살펴보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드물었다.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던 좌완 커터를 바탕으로 SK 우타자들의 3루쪽 파울을 양산했다. 커브도 큰 각을 이뤘다. 뛰어난 완급조절과 경기운영능력을 기대하며 영입한 LG의 기대와 다르지 않았다. 리즈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주키치의 첫 등판을 성공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주키치는 백인 좌완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부터 투구 스타일까지 레스, 베이커와 여러모로 닮았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초라한 미국에서의 경력도 비슷하다. 주키치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하며 베이커는 1경기 평균자책점 9.82, 레스는 2시즌 8경기 1패 평균자책점 11.25가 메이저리그 성적의 전부다.
주키치가 시즌 초반 분위기를 이어가며 제2의 레스, 베이커가 될 수 있을까. 현실로 이뤄진다면 9년 만의 4강을 꿈꾸는 LG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LG 주키치(첫 번째 사진), 게리 레스와 스캇 베이커(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사진=마이데일리DB,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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