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첫 등판이요? 재미있었어요. 덕아웃에 있는 동안 계속 나가고 싶었거든요" (웃음)
SK 좌완투수 김태훈에게는 언제나 '퍼펙트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구리 인창고 3학년이던 2008년 미추홀기 야구대회 부산 부경고와의 16강전에서 27명의 타자를 단 한 명도 누상에 출루시키지 않으며 퍼펙트를 달성했기 때문. 지역예선이 아닌 전국대회에서는 처음 나온 대기록이었다.
하지만 이후 김태훈이란 이름은 야구팬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1차 지명을 받아 SK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에 이은 재활로 인해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
그리고 2011년. 김태훈은 다시 날개짓을 시작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그는 개막전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개막 이후 3경기에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던 그는 6일 잠실 LG전에서 '사실상의' 1군 무대 데뷔전을 가졌다. 공식기록상으로는 지난해 9월 17일 잠실 LG전에 등판했지만 그 때는 고의사구로 공 4개만을 던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기에 사실상 1군 기록이 전무했다.
팀이 4-6으로 뒤지던 7회 등판한 김태훈은 사실상의 첫 등판인만큼 떨릴 법도 했지만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박용택-정성훈-이진영-조인성으로 이어지는 만만치 않은 타선이었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이렇다 할 위기도 맞지 않으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덕분에 SK는 이어지는 8회초 공격에서 5-6으로 한 점 차까지 따라간 뒤 2사 만루 역전 찬스를 잡았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정근우가 큼지막한 타구를 때리자 다른 선수들보다 한껏 기대하던 그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8일 문학 삼성전에 앞서 만난 김태훈은 당시 기분에 대해 "전혀 떨리지는 않았다. 재미있었다"고 말하며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면서 계속 나가고 싶었다"고 해맑게 웃었다.
2011년 김태훈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없이 야구하는 것이 첫 번째,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 두 번째였다. 누구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 2년간 부상으로 고생했던 중고신인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바람이었다.
"아직까지 세 번째 목표는 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김태훈이지만 그의 밝은 표정에서 이미 세 번째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SK 좌완투수 김태훈.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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