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믿었던 '토종에이스' 윤석민 마저 무너졌다. KIA 마운드 부진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IA는 9일 잠실 경기에 윤석민을 내보냈다. 두산전 잠실 12연패를 끊기 위한 특단의 조치. 하지만 윤석민은 5이닝 동안 9피안타 8실점(8자책)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총 97개의 투구수를 소화한 가운데 삼진은 0, 사사구는 6개였다.
◇ 또 사사구가 문제
1회부터 긴 이닝을 소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날 양현종 김희걸 박경태 신용운 박성호 등이 사사구를 무려 13개나 내주며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터, 윤석민에게는 삼진을 포기하더라도 맞춰 잡는 피칭이 필요했다.
일단 1회는 성공적이었다. 2번 정수빈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빠른 직구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투구수를 줄이며 두산의 테이블 세터와 3, 4번을 잘 막았다. 컨트롤을 잡기 힘든 1회 윤석민은 16개의 공을 던졌다.
팀 타선의 도움도 있었다. KIA는 1, 2회 두산 이혜천의 컨트롤 난조를 틈타 2점을 뽑았다. 1회 최희섭과 2회 이용규이 나란히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이 때까지만 해도 KIA 팬들은 당연한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2회 들어 윤석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사사구가 문제였다. 이성열을 몸에 맞는 볼, 고영민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결국 손시헌에 좌월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1-1 상황서 던지 137km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리며 홈런으로 연결됐다. 결국 3회 4점, 5회 1점을 더 허용한 윤석민은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성과의 개막전서 비록 8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단 한개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은 윤석민은 이날 6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그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리그 최강이라고 꼽힌 6선발 체제가 무너지고 있었다. 양현종, 트레비스, 서재응, 김희걸 등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그나마 로페즈만이 호투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민 마저 무너지면 KIA 마운드에 적지 않은 충격이 가해질 게 불 보듯 뻔했다.
윤석민은 1회부터 부담감이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두산전 잠실 12연패, 정규시즌 2연패의 사슬을 끊어햐 하는 그는, 적어도 6이닝 이상을 책임져야만 했다. 중간 계투진이 잇따라 부진한 모습을 보인 상황에서 조범현 감독도, 윤석민도 그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시헌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또 중요할 때마다 사사구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3회에는 4점을 내주며 의욕까지 잃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이었지만 볼끝이 무뎠고 변화구도 밋밋하게 들어갔다. 두산 타자들은 어렵지 않게 윤석민의 공을 공략할 수 있었다.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진 윤석민은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
◇ 팀 타율 1위, 그래도 방망이는 살아 있다
이날도 KIA의 불붙은 방망이는 9점을 뽑았다. 2-7로 뒤진 가운데도 포기하지 않고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김주형이 2루타 3방을 포함 5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둘렀고 톱타자 이용규는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해결사 노릇을 했다. 윤석민이 8실점하며 전혀 그답지 않은 피칭을 펼치던 날, KIA 타선은 경기를 뒤집을 뻔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7회 어렵게 역전을 이루고도 KIA는 곧바로 7회말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9회말에는 서재응이 2사 만루에서 김현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10일까지 KIA의 팀타율은 0.315로 1위다. 타격감이 좋은 김선빈이 2번 자리에 위치해 테이블 세터가 더욱 탄탄해 졌고 LCK포는 김상현이 부상으로 주춤하지만 여전히 위력적이다. 특히 시즌 전 약점으로 지적받던 하위 타선은 김주형의 등장으로 튼실해 진 모습이다. 즉 1번부터 9번까지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이다.
이는 올 시즌 KIA 마운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시즌 KIA는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김상현의 부상, 3번 타자의 공백, 하위 타선의 침묵 등 마운드에만 의존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며칠째 불붙은 방망이가 마운드의 부진을 메우고 있다. 만약 시즌 전 전망대로 KIA 마운드가 제 모습을 보인다면 KIA는 더 무서운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민]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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