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이번엔 규모가 다르다. 5000일이다. 지난해 초반 프로야구에는 '사우전드 클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수들의 부활 찬가가 연이어 울렸다. 엄정욱(SK)은 1676일, 김광삼(LG)은 1656일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명우(롯데)의 경우에는 1000일을 훌쩍 넘겨 2038일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임훈(SK)은 2039일만의 안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이러한 '감격'도 올시즌 LG 트윈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LG는 10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하며 SK와 함께 공동 선두로 등극했다. 시즌이 5경기 이상 소화된 상황에서 LG가 1위에 오른 것은 5016일만이다. 1997년 7월 16일 이후 13년 8개월 25일동안 LG는 '정상 공기'를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잘 나가던' 1997년, 그 때 그 시절 LG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신인' 이병규 맹활약, 유지현-서용빈 건재, 신국환 '뜬금 활약'
이제는 프로야구 최장 기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됐지만 1990년대 중반 LG는 '무적 LG'란 단어가 어울리는 팀이었다.
1994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기 전까지 LG는 강팀 면모를 꾸준히 유지했다. 1995년 3위, 1997년과 1998년 준우승, 2000년 포스트시즌 진출이 이를 증명한다.
1996년 OB와 함께 서울의 악몽(LG 7위-OB 8위)을 겪은 이후 1997년 다시 반전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김용수와 이상훈, 타선은 이병규, 서용빈, 심재학의 활약이 빛났다.
그 해부터 선발투수로 본격 변신한 김용수는 12승 8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하며 선발 마운드의 중심축이 됐다. '소송파동' 등 우여곡절 끝에 LG 유니폼을 입은 임선동은 11승 7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차명석, 송유석, 김기범 등이 허리 역할을 하는 가운데 '야생마' 이상훈은 10승 6패 37세이브 평균자책점 2.11 WHIP 0.95를 기록하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7년 LG에 입단한 이병규는 데뷔 첫 해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어떤 공이든 맞히는 재주'를 앞세워 타율 .305 7홈런 69타점 82득점으로 활약했다. 그 해 신인왕 역시 그의 몫이었다.
1994년 LG 우승을 이끌었던 '신인 3인방' 중 김재현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유지현과 서용빈은 건재한 모습이었다. 유지현은 타율에서는 .269로 주춤했지만 도루 44개를 기록할 정도로 1번 타자와 유격수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서용빈은 타율 .316 69타점을 기록하며 고감도 타격감을 자랑했다.
심재학은 타율 .285 15홈런 84타점을 올리며 4번 타자다운 활약을 펼쳤다. 포수 김동수는 타율은 .236로 부진했지만 17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며 팀내 장타력에 힘을 보탰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선수는 신국환. 1995년 입단 후 2년간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그는 1997년 주전 2루수로 등극해 깜짝 활약을 선보였다. 엉거주춤한 타격 자세에서도 .281라는 준수한 타율을 올렸으며 8홈런과 58타점 9도루를 보탰다.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바탕으로 LG는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1위 해태와 단 1.5경기 차였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3승 2패로 꺾은 LG는 해태와 한국시리즈에서 맞섰지만 김상진과 이대진에게 막히며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에는 어찌보면 당연한 한국시리즈 진출이었지만 이제는 너무나 간절한 일이 됐다. 그 때 있었던 선수 중 지금도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이병규, 단 한 명이다. 초등학생, 중학생 LG팬들은 전혀 겪어보지 못한 'LG가 1위 하던' 그 때, 그 시절이다.
LG가 개막 초반 여세를 몰아 올시즌에 젊은 팬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올드팬들에게는 강팀이었을 당시를 다시 떠올리게 할 수 있을까.
[사진=1997년 LG 주축 선수였던 이병규, 김용수, 서용빈(왼쪽부터)]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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