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내가 손병호인지 몰랐으면 좋겠어. 그게 연기를 잘 하는 것이거든”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 아편을 파는 서재식, ‘바르게 살자’ 이승우, ‘튜브’의 권 실장까지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조연 배우로 예능에서는 ‘손병호 게임’이라는 새로운 유행까지 퍼트리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우 손병호(49)의 연기관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병호는 소소한 이야기를 말할 때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다. 극 중 대사를 읊조릴 때는 180도 달라진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천상 연기자다.
사람을 웃기다가도 순식간에 진지한 표정으로 말할 때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의 연기내공은 신작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악역 전문 배우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너무나 착한 아버지 상만 역을 맡아 모든 것을 빼앗기는 역할을 한다.
악역 전문에서 선량한 상만으로 변신한 모습에 대해 극찬을 하자 오히려 손병호는 '자아 비판'에 빠진다.
“그 사람(상만)의 시선으로 살아가다 보니 내 인상까지 변했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내 연기는 아직 너무 모자란 것 같아. 선한 사람도 싸울 때는 눈을 뒤집고 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거든 아직 더 공부해야지”(웃음)
그렇다면 지금껏 손병호가 ‘나는 아빠다’의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선한 역’을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제의가 왔을 때,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것은 사실이야. (김)승우가 이미 종식 역할은 했더라고. 그게 내가 예전에 해 오던 역할이라 쉬운 건 사실이지. 하지만 배우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 이런 기회도 흔치 않으니 ‘옳다구나’ 하고 했지”
손병호는 상만 역할을 맡으면서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지나친 감정이입 때문에 스스로 5분 동안 눈물을 흘리는 연기 아닌 연기로 애를 먹었다고 한다.
충무로 최고의 명품 배우로, 입지를 확실히 하고 있는 그의 연기관은 분명했다. 바로 관객이 배우가 아닐 정도로 그 인물에 동화된다는 것이다.
“배우라는 것은 어떤 역이건 다 해야 해. 스스로 변신을 하는게 배우의 매력이거든. 내가 원하는 제일 좋은 찬사는 ‘손병호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의문을 관객이 던지는 것이야. 내가 누구인지 몰라줬으면 해. 한가지 역할만 하면 얼마나 지겹겠어? 연기자라는 것은 어떤 식이건 배역을 연구하고 맡아서 그 인물화 되는 것이지”
인터뷰 내내 손병호는 “지금도 끝 없이 연기를 공부하고 있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벌써 4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가 아닌 신인의 자세였다.
손병호는 김승우와 함께 주연한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가진 것 없는 착한 아버지 상만 역을 맡아 절절한 부심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다.
영화 ‘나는 아빠다’는 전만배, 이세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김승우, 손병호, 임하룡, 최정윤, 김새론이 주연을 맡았다.
전직 경찰인 한종식(김승우 분)이 심장병이 걸린 딸 민지(김새론 분)를 살리기 위해 검은 돈을 받는가 하면, 사건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 악행을 저지르다 결국 나타난 심장 기증자가 알고보니 종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나상만(손병호 분)의 처임을 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개봉은 14일.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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