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승강제는 한국프로축구의 가장 큰 고민이자 풀어나가야 할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아시아축구연맹(AFC)는 프로축구연맹에 K리그서 승강제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프로축구가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선 하부리그에 2부리그 이상을 운영하며 매시즌 1부리그 참가팀에 대한 변화를 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983년 출범부터 승강제 없이 단일리그로 프로축구를 운영하고 있다.
승강제의 가장 큰 장점은 시즌 종반까지 흥미진진한 경쟁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하위권에 처져있는 팀들은 2부리그로의 강등을 피해 우승 경쟁 못지 않은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쳐야 한다. 유럽의 리그에선 매시즌 리그 우승 경쟁 뿐만 아니라 강등권을 탈출하기 위한 경쟁으로 리그 종반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AFC는 지난 2009년 AFC챔피언스리그를 확대개편 한 후 성공적으로 대회를 운영해나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AFC의 권고를 받아들지 않을 경우 향후 K리그 팀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제한을 받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대회 참가 자격조차 박탈 당할 수 있다. AFC는 2013년까지 K리그가 승강제를 진행하고 군인팀인 상주 상무를 1부리그 격인 K리그서 제외시킬 것을 프로축구연맹에 요구하고 있다.
승강제가 정착될 경우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은 K리그 상위권 팀만 따로 분류해 1부리그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K리그 상위 10여개 팀이 새롭게 출범하는 코리아프리미어리그(가칭)에 참가하게 된다.
승강제와 함께 새로운 한국프로축구 1부리그가 창단되는 것에 대해 현재 K리그에 있는 팀들의 생각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시민구단과 도민구단 등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12년 K리그 성적을 바탕으로 상위권 팀만 1부리그로 올라서고 나머지 팀들이 2부리그로 강등되면 기업구단 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부분의 시민구단은 강등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K리그 상위 구단과 시민 구단의 1년 예산이 3배 가량 차이나는 상황에서 치열한 강등권 탈출 경쟁이 펼쳐질 경우 시민구단 입장에선 힘겨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현재 K리그서 활약하고 있는 팀들이 2부리그로 강등될 경우 팀은 곧바로 존폐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시민구단은 대부분 지자체장이 구단주로 되어 있는 가운데 해당 연고팀이 2부리그로 강등될 경우 지원이 줄어들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승강제가 실시될 경우 2부리그서 1부리그서 승격할 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프로연맹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승격제를 추진했지만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06년 내셔널리그 우승팀 고양국민은행과 2007년 내셔널리그 우승팀 울산현대미포조선이 잇달아 K리그로의 승격을 거부해 승격제는 없던 이야기가 되버렸다. 내셔널리그팀은 K리그로 승격된 후 프로연맹에 가입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 팀 운영비용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지만 그것을 감수해야할 만큼 내셔널리그 팀에겐 K리그 승격이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은행은 당시 은행법상 프로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낸 가운데 승강제가 실시될 경우 이문제가 또 한번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대부분의 K리그팀과 내셔널리그팀의 빡빡한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승강제가 실시되더라도 2부리그서 1부리그로 승격할 팀이 순탄하게 승격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남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조건에 있는 일본과 중국은 이미 승강제를 실시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K리그의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축구가 승강제를 실시될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단을 이끌고 있는 기업의 총수나 지자체 단체장이 자신의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될 경우 받아들이지 못한 채 팀을 해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승강제를 앞두고 한국 특유의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AFC의 권고를 무시할 경우 K리그는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 수도 있다. K리그의 승강제는 한국 축구가 반드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다. 반면 준비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승강제를 추진하다보면 전체적인 프로축구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K리그 우승 트로피]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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