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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주 유병민 기자] 역시 챔피언결정전다운 명승부였다.
16일과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2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에서 전주 KCC와 원주 동부는 사이좋게 1승씩을 나눠 가졌다. 동부가 예상을 깨고 1차전을 가져가며 기선제압에 나서자 KCC는 2차전에서 20점차 대승을 거두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특히 1, 2차전에서 양팀은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술을 들고 나왔다. KCC 허재 감독은 1차전에 앞서 "서로가 답은 다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허재, 강동희 두 감독 모두 상대에게 전혀 새로운 문제를 던져주며 답을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각각 승리를 챙겼다.
▲ 토마스의 재발견과 '3점슈터' 김주성
강동희 감독은 1차전 경기 직전 라커룸에 들어오는 빅터 토마스를 보고 "저녀석이 잘해줘야 한다. 우리의 키 플레이어다"라고 말했다.
의외였다. 높이가 강한 KCC를 맞아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으로 이어지는 '트리플타워'로 응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강동희 감독이 뽑아든 카드는 토마스였다. 강 감독이 토마스를 중용한 것은 높이대 높이가 아닌 높이대 스피드로 KCC를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이날 경기서 토마스는 21분 23초를 뛰며 14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 팀 승리에 일조했다. 특히 빠른 발을 이용해 도슨과 1대 1로 맞붙어 완승했다.
또한 동부의 토마스 기용은 또다른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첫번째는 공격 리바운드의 우위였다. 토마스가 도슨과 맞붙는 사이 김주성이 외곽으로 빠지며 하승진을 골밑에서 나오게 만들었다. 이후 토마스가 도슨을 뚫어냈지만 슛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또하나의 '타워' 윤호영이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며 동부의 제 2 공격을 만들어 갔다. 윤호영은 비록 9점에 그쳤지만 9개의 리바운드와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강동희 감독 역시 "윤호영이 리바운드에서 만큼은 제 역할을 다해줬다"며 칭찬했다.
두 번째는 김주성의 외곽찬스였다. KCC가 첫번째 상황을 막기 위해 하승진을 골밑으로 보내면 김주성에게 외곽 오픈 찬스가 발생했다. 평소 3점슛을 거의 쏘지 않는 김주성이기 때문에 '설마 던질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김주성은 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4쿼터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 2개를 성공시켰다.
경기 후 강동희 감독은 "김주성이 경기 전 슛감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 기회가 나면 자신 있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삼성도 이승준이 3점슛 2~3개를 넣으면 KCC가 당황하더라"며 준비된 전략이었음을 밝혔다. 여기에 강 감독도 예상하지 못한 안재욱의 3점슛 3방까지 가미되어 동부의 승리가 만들어졌다.
▲ '정신무장' 그리고 강력한 압박 수비1차전 경기에 앞서 허재 감독은 "집중력 싸움이다. 선수들에게 4강 플레이오프 전자랜드와 할 때의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라 했다"며 선수들에게 정신자세를 강조했음을 전했다.
그러나 이런 허 감독의 기대와 달리 KCC는 안이한 외곽수비를 펼치다 안재욱과 김주성에게 3점포를 내리 얻어맞고 1차전을 내줬다. 허 감독이 뿔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2차전 직전 허재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정신줄을 놨다"라면서 "자기들이 다 이기는 줄 안다. 우리 선수들은 어제 다 서있더라. 관중인 줄 알았다. 코트 위에서 동부 선수들이 뛰는 모습 밖에 안보이더라"며 강도높게 질책했다.
이런 허 감독의 독설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KCC 선수들은 하룻밤 사이에 180도 달라졌다. 모두들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2차전에 임했다. 그리고 이런 달라진 모습은 강력한 수비로 이어졌다.
KCC는 경기 시작부터 동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쿼터를 거듭할수록 압박의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거칠어졌다. 골밑에서는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고 가드들은 빠른 움직임으로 동부의 3점포를 철저히 틀어막았다. 여기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전면강압수비까지 선보이며 동부의 실책을 유도했다.
자신의 생각대로 경기가 진행된 허재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린 것도 있지만 1차전과 달리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나 집중력이 4강전을 치를 때만큼 좋았기 때문에 승리를 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반면 강동희 감독은 2차전 패배 후 "KCC가 좀처럼 쓰지 않는 압박수비를 해 가드들이 당황했다. 전태풍 정도 실력이면 그런 압박을 뚫어 낼 수 있지만 우리는 힘들다. 상대 코트에 넘어가기전에 시간을 다 허비했다"며 KCC의 강력한 수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음을 시인했다.
'정신무장'을 단단히 한 KCC 선수들의 강력한 압박수비가 2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허재-강동희 감독(위) 빅터 토마스(가운데) 추승균-윤호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유병민 기자 yoob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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