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고 설사 일어났더라도 웃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사건은 지난 16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졌다. 8회초 두산은 삼성을 상대로 1점차 리드를 잡고 있었다. 정수빈이 기습 번트를 댔고 1루로 질주하는 순간, 불빛은 사라지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변했다.
정전이었다. 그런데 대구구장 밖의 건물들은 환했다. 대구구장 전기실의 메인 변압기 고장으로 대구구장만 암흑이 된 것이다.
대구구장은 분명 오래된 건물이다. 1948년에 지어진 대구구장은 프로야구 출범 후 삼성이 30년 동안 쓰고 있는 구장이기도 하다. 그간 개보수를 했다고 하나 분명 한계는 있다. 이제껏 낙후된 건물을 대체하지 못한 점과 낙후된 건물을 이용하면서 그에 따른 관리와 대비가 소홀했다는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결론은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이었다. 양팀은 다음날인 17일 오후 3시에 경기를 재개했고 두산이 3-2로 승리하면서 경기는 끝났다.
이번 사태를 그냥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불빛이 꺼지는 찰나의 순간에도 엄청나고 다양한 피해가 속출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즉, 민폐의 결정판이었다.
우선 가장 큰 피해자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었다. 이들이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 후 입장료 환불을 요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거의 모든 경기를 직접 보러 오는 열성팬들도 존재하지만 모처럼 시간을 내 야구장을 찾는 팬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재개 결정도 갈팡질팡 1시간 가량쯤 지나서 해, 그사이 일부 관중은 결과를 알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으니 그 황당함은 대체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날 대구구장은 1만석이 모두 매진돼 많은 팬들이 집결한 상황이었다. 삼성은 관중들에게 입장료를 환불해주거나 다음 경기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입장 수익을 그대로 걷어 들이지 못했으니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
경기를 앞서고 있던 두산 역시 피해를 본 건 마찬가지였다. 정수빈의 출루가 이뤄졌다면 중심타선으로 연결돼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1점차라 쐐기 득점은 요원했다. 그러나 정수빈의 기습번트는 '없던 일'이 됐고 자칫 잘못하면 흐름이 끊길 수도 있어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경기 결과에 있어 외부의 무언가가 작용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안타 1개를 잃어버린 정수빈은 억울함이 더하다. 기습번트 후 정수빈의 발은 투수의 베이스 커버보다 더 빨리 1루로 향하고 있었다. 세이프가 확실시 됐지만 불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의 안타도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17일 다시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은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선수들이 뛰는데 지장 없는 그라운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번 사태에 '실수'라는 표현을 절대 써서는 안 된다.
지난 2월 삼성은 대구시와 새 구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것이 그대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고 계획을 그대로 실천한다 해도 완공 연도는 아무리 빨라야 2014년이다.
삼성은 새 구장을 짓기 전까지 최소 3년 동안 대구구장을 써야 한다. 새 구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분간 대구구장을 써야 하는 형편인 만큼 팬들과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가 돼야 할 것이다.
[16일 대구 삼성-두산전 정전 사태 후 모습. 사진 제공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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