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손 감독과 북한 정권 농락한 '희대의 사기꾼' 충격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전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스벤 예란 에릭손과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까지 끌어들인 희대의 사기꾼이 발각돼 영국 중대범죄청이 수사에 나섰다.

에릭손 감독은 18일(현지 시간) 방송된 영국 BBC1 채널의 '파노라마'에 출연해 "사기꾼의 말에 속아 팀이 700만 파운드의 빚을 지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이끌고 8강에 진출시켰고,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감독과 멕시코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명장이다.

에릭손 감독이 러셀 킹이라는 사기꾼의 말에 속은 건 지난 2009년. 당시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4부리그 팀인 노츠 카운티에 수백만 파운드의 투자 자금이 들어온다는 러셀 킹의 말에 속아 그해 7월부터 노츠 카운티 이사를 맡았다. 노츠 카운티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창단 멤버이지만 재정난으로 1992년 이후 하부리그를 전전하는 팀이다.

에릭손 감독은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팀을 프리미어리그에 복귀시킨다는 계획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며 "킹의 말을 믿고 서명했는데 큰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킹은 에릭손 감독에게 2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지닌 스위스 기업이 북한의 광산 개발 독점권을 갖고 있다며 "개발권을 팔아 팀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평양을 방문하는 대표단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에릭손 감독은 실제로 2009년 10월 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 기념 사진까지 촬영했다. 당시 에릭손 감독의 북한 방문 소식에 북한 축구 대표팀 감독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에릭손 감독이 촬영한 기념 사진은 킹이 새로운 투자자를 유인하는 사기 수단으로 쓰였다.

결국 노츠 카운티는 700만 파운드의 빚을 지게 됐고, 에릭손 감독은 뒤늦게 사기당한 것을 깨닫고 지난해 4월 이사직을 사퇴하고 현재 2부 리그 레스터시티의 감독을 맡고 있다.

BBC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영국 유명인사들과 북한 정권이 한 사기꾼에 농락당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스반 예란 에릭손 감독.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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