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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떨고 있다. ‘꿈의 무대’여야 할 가수들의 무대가 위험과 공포의 장소로 변질되고 있다. 잇따른 테러와 사고 때문이다.
걸그룹 소녀시대와 가수 휘성이 최근 광적인 팬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소녀시대 태연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특설무대에서 열린 공연 무대 위, ‘런 데빌 런’을 부르던 중 지방에서 올라온 한 대학생 팬으로부터 손목을 잡혔다.
이 남성은 태연의 손목을 붙잡고 무대 밑으로 끌고 가려 했고 당시 행사를 진행하던 개그맨 오정태와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태연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앞서 휘성도 지난 8일 한 지역 방송사가 주최한 공개방송 행사 무대에 올라 히트곡 ‘위드 미’를 부르다 갑작스런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이 괴한은 휘성이 후렴구를 부를 때 갑자기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와 몸을 날리면서 발차기로 휘성을 공격했고, 휘성은 순간적으로 괴한을 피해 무대 뒤편으로 피신했다.
뿐만 아니다. 남성듀오 나무자전거의 멤버 강인봉도 무대에서 추락해 골반 뼈가 부러지는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했다. 그는 지난 4일 오후 OBS 경인TV ‘스토리 콘서트 해후’ 녹화에 멤버 김형섭과 함께 참석, 어두운 무대 위를 이동하다가 빈 공간을 보지 못해 무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팬들의 순간적인 돌발행동과 방송사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그만큼 가수들은 뚜렷한 안전장치 없는 무대 위를 매일 올라간다. 당연히 위험이 따르지만 ‘오늘은 아무 일 없겠지’하는 바람으로 그들은 무대 위에 선다.
경호원들이 있지만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팬들을 물리적으로 막기란 쉽지 않다. 과도하게 밀착 경호를 하면 ‘과잉보호’ 논란이 일고 공연의 흥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놔둘 수도 없다. 경호 원칙에 따라 경호를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인기 걸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한 기획사 간부는 “사실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경호원까지 없는 경우라면 매니저 혼자 몸으로 막아야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며 “공연은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누가 올라오지는 않겠지하는 심정으로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무대 위 가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중들의 볼 권리를 위해 보호막을 높게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콘서트장 또한 마찬가지다. 간이 보호막과 경호원, 안전요원들을 곳곳에 배치시켜놓지만 수천 명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기란 쉽지 않다. 또 가수들이 관객위로 몸을 던져 서핑까지 하는 마당에, 가수 중요하다고 칸막이를 해 공연 열기를 식게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연 전 철저한 사전고지와 안전거리 유지, 관람 문화에 대한 팬들의 성숙한 인식 변화가 있다면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요계의 시각이다. 더 확실히 말한다면 공연계와 가수측이 눈을 부라리고 준비해야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관객의 소동 안피워주기를 바랄 뿐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공연 무대 연출가는 “법령으로 규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철저한 사전 점검과 성숙한 관람 의식이 자리한다면 보다 더 재밌고 즐거운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보다 안전한 곳에서 공연을 하고 보다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는, 가수들과 팬들이 윈윈할 수 있는 선진화된 공연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소녀시대 태연 관객난입 사건 캡쳐(위)와 최근 무대 위에서 봉변을 당한 휘성과 나무자전거 강인봉(오른쪽 아래 사진 왼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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