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9번 나와서 한 번은 나빠야지. 허허"
SK 김성근 감독의 발언은 거침없기로 유명하다. 그것이 진심에서 나온 말이든 고도의 계산 속에서 나온 말이든 발언의 강도는 다른팀 감독들보다 세다.
이는 팀의 에이스라고 할지라도 다르지 않다. 김 감독은 17일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에 대해서 "볼넷을 3개나 내주는 투수는 A급이 아니라 B급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16일 등판에서 볼넷 3개를 연속으로 내주고 강판된 것을 언급한 것. 팀이 패했을 경우에도 "벤치 미스다"라는 경기 후 멘트가 많다. 이렇듯 남에 대한 평가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냉철하다.
하지만 한 선수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다. 전병두가 주인공이다. 올시즌 전병두는 SK 투수 중 가장 많은 9경기에 출장했다.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출격하고 있다. 2승 1패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68이 올시즌 그의 성적. "전병두가 없으면 안된다. 지금으로는 김광현보다 팀 공헌도가 높다"는 김 감독의 말이 결코 허언은 아니다.
20일 현재 성적도 준수하지만 17일 경기 이전까지 성적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2승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35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 1.05였다.
이렇듯 뛰어난 투구를 이어가던 전병두는 17일 목동 넥센전에서 1⅓이닝동안 4실점으로 부진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럼에도 전병두를 보는 김 감독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19일 문학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전병두에 대해 "9번 나와서 한 번은 나빠야지"라고 말했다. 여러차례 마운드에 오르면 자연스레 컨디션이 나쁜 날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날은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는 평가는 '사실' 그 자체였다. 김 감독은 이어 "LG전에 잘 던지려고 그런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며 그날 전병두의 투구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의 이러한 발언 속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제 역할을 해주는 전병두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다른 선수들보다 여린 그의 성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SK 전병두]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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