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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백솔미 기자] 도대체 '쩍벌춤'이라는 단어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다리를 쩍 벌리고 춤을 춘다 해 '쩍+벌리다+춤'이 합쳐져 만들어진 이 희귀한 단어는 다소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걸그룹들에게 붙여져 선정적인 이미지로 고착화됐다. 선정적이다는 이유로 걸그룹들은 한 차례 고역을 치렀고, 방송사들이 임의로 정한 규제에 의해 '울겨 겨자먹기' 식으로 벌렸던 다리를 오무렸다.
선정적이다? 어떠한 관점에서 선정적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인걸까. 대부분의 음악프로그램은 15세 이상 시청등급이고 오후에 방송된다. 제작진들은 이 파격 퍼포먼스로 인해 주 시청층인 청소녀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 걸그룹들에게 '쩍벌춤'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방송 출연을 위해 걸그룹들은 부랴부랴 대체 안무를 짰고 논란이 됐던 무릎을 꿇고 다리를 오므렸다 벌렸다하는 동작을 변경했다. 예상치 못했던 여론의 질타와 네티즌들의 냉담한 반응에 어쩔 수 없는 대응이었다.
하지만 몇년 동안의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데뷔한, 그리고 오랜만에 컴백하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한 걸그룹들에게 이러한 처사는 기대감에 부푼 이들을 김 빠지게 했다. 좀 더 강렬하고, 자신들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안무를 일부 사람들이 보내는 '야하다'라는 시선 때문에 바꿀 수 밖에 없었다.
3분여 중 10초 이상 등장하지 않는 이 퍼포먼스에 선정적이다는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히 퍼포먼스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여자 가수들의 특정 부위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일부 시선이 발단이다.
무엇보다 이 선정성 논란은 여성 가수들에게 더욱 엄격하다. 지난 2009년 대히트를 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도 선정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멤버 가인은 노래 중간 독무대에서 이 '쩍벌춤'을 선보였고 자연스럽게 선정성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걸그룹 레인보우는 상의를 올리는 안무 중 배꼽을 보인다는 이유로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자 옷을 올리지 못하는 대신 손 동작으로만 옷을 올리는 시늉을 했다.
단어 자체가 더욱 선정적인 '쩍벌춤'이 갑자기 튀어나오며 의도치 않았던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걸그룹들은 안무를 수정하는 자세를 취했다. 다행히 수정된 안무로 첫 방송을 끝낸 걸그룹들은 선정성 논란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했던 퍼포먼스를 일부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제 몸에서 떼어버리게 한 것은 이들의 노력을 몰라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자 안무를 수정한 포미닛(위)과 라니아. 사진 = KB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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