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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서태지의 사과? '알권리' 가장한 '훔쳐보기' [이승록의 나침반]

시간2011-04-25 07:22:41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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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서태지, 이지아를 향해 나라 전체가 사기라도 당한 듯 들끓는 것을 보니 서태지가 왜 숨겼는지 이해할 만 하다.

10여 년 전, 서태지가 이지아를 만나 결혼, 결국 이혼했다는 소식은 서태지의 사생활이 그동안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서태지가 이로 인해 대국민 사과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서태지의 결혼과 이혼으로 피해 받은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서태지가 이를 숨겨 얻은 이익도 없다. 오히려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결혼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랑과 결혼을 숨겨야 했던 서태지는 인간 정현철으로서 누구보다도 가장 외로웠던 사람이다.

서태지는 어째서 결혼을 숨겼을까?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서태지의 팬들은 과거에도 이미 한 차례 서태지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와 가요계 은퇴 소식을 알렸을 때 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그의 집 앞에는 은퇴를 반대하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서태지는 그 일을 겪으며 팬들이 자신의 말 한마디에 어떤 충격과 슬픔에 빠지는지 충분히 경험했다.

따라서 서태지의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팬들이 서태지의 결혼에 환영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혼 발표가 은퇴 때 못지 않은 후폭풍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염려를 했을 법 하다. 이에 서태지가 팬들을 또 다시 충격에 빠트리기 보다는 결혼을 숨기는 쪽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지아는 1997년 결혼 당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었다. 이지아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족 관계까지 모든 게 파헤쳐지는 지금의 모습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만약 서태지의 결혼 발표가 있었다면 이지아의 사생활 캐기가 얼마나 심했을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미국에서 결혼한 사실이 알려진 이은미도 "남편이 일반인이다 보니 언론에 알려지기 보단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뒤늦게 발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꺼리는 서태지가 자신의 연인에게 쏟아질 세간의 시선을 받아들였을 리 만무하다. 이지아가 '서태지의 부인'이란 타이틀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원하지 않았을 서태지다.

다만 서태지는 평소에도 그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던 팬들에게는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만약서태지가 팬들의 동요를 우려해 숨겼더라도 팬들은 오히려 "우리라면 축하해 줬을 것이다"라며 서운해 하고 있다.

하지만 서태지가 대중을 기만하고 이미지 관리를 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의견은 동의하기 힘들다. 서태지의 앨범을 구입한 사람들은 그가 미혼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음악이 좋아서 돈을 지불하고 앨범을 샀다. 서태지가 '싱글'이라서 노래를 듣고 콘서트를 봤다고 말한다면 대중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서태지가 이지아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음악이 형편 없었다면 대중은 서태지를 소비하지 않았다.

또 유독 서태지만이 집중적으로 비난 받고 있는 느낌이다. 앞서 언급한 이은미를 비롯 이영애, 故 장진영, 박상아, 최윤영, 정선경, 타이거JK 등도 비밀 결혼을 한 연예인들이다. 또 '가왕' 조용필과 유현상도 비밀 결혼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서태지는 큰 범죄를 저지른 양 모두가 달려들어 과거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생활을 철저히 숨겼으니 이 때다 싶어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몰아 붙이고 있다.

서태지는 인간 정현철과 가수 서태지 사이서 갈등하며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이 크다"고 말한 적 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를 향해 인간 정현철의 삶을 사과하라고 부르짖고 있다.

현재 '서태지닷컴'에서 팬들이 올린 글 제목에는 '됐고, 9집 언제나와? 사랑해'란 말머리가 달리고 있다. 서태지를 믿었던 팬들이 "됐다"고 하는데, 대체 누굴 향해 사과해야 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태지에게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알 권리' 운운하며 '사생활 훔쳐볼 권리'를 요구하는 듯 보인다.

심지어 서태지가 배신자라는 사람도 있다. 이해가 사라진 채 자극적인 비난만 가득한 지금 이 상황을 보니 혹시 그가 앞으로 가수의 삶마저 포기하진 않을까 우려된다. 부디 서태지가 한국 음악사에 이뤄 놓은 업적이 그가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기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서태지. 사진 = 마이데일리DB-MBC 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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