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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2008년 8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서태지씨를 만났습니다.
당시 새로 나온 음반 ‘Atomos Part Moai’ 홍보 인터뷰로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서태지씨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관심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서태지씨는 “어려서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만 해도 빨리 결혼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현실에 부딪혀서 그런지 지금 생활에 만족해서 포기상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어 서태지씨는 “때가 되면 ‘하겠지’하는 생각은 해 본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성격이라 언젠간 할지도 모르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다. 연애에 대한 것은 없다고 해도 안 믿을 것이니 지금은 비밀이다”라고 시원스럽게 이야기 하셨죠.
인터뷰를 끝마치고 기자의 본분을 잊고 준비해 간 6집 앨범에 싸인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음반사가 바뀌어 재발매된 사연이 있는 서태지씨가 “저도 딱 한 장 가지고 있어요. 신기하네요”라고 했던 그 앨범을 살 정도로 당신의 팬이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당신과 함께 나누고 대중에 공개했던 그 기사는 졸지에 ‘오보’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제가 알던 “결혼생각 없어요”라고 활짝 웃으며 말하던 노총각 가수 서태지씨는 20대 중반에 당시 유학생이자 현재 배우인 이지아씨와 1997년 결혼해 2006년 이혼하고 지금은 또 다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당하고 있는 상탭니다.
이지아씨의 주장대로라면 제가 서태지씨를 만나던 당시 한창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었군요. 그런 상황에 서태지씨는 그렇게도 ‘쿨’하게 “결혼은 생각 없다”라고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태지씨는 다른 언론을 통해서도 “음악이 좋아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누누이 밝혀 왔습니다. 1997년 미국발 결혼설이 불거져서도 팬들은 '미국에서 사촌 남동생과 산다'는 서태지씨의 해명을 믿었습니다.
서태지씨는 신비주의 연예인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당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간간이 올리는 글과 몇년에 한번씩 하는 언론 인터뷰가 당신과 팬의 접점이었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제는 ‘거짓’으로 남게 된 것이죠.
연예인의 사생활 공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로 작용해 왔습니다. 물론 연예인이 유리로 된 집에 살 듯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팬들에 대한 ‘거짓말’은 관점이 다릅니다.
서태지씨는 ‘문화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한국 대중 문화에 큰 파장을 가져왔습니다. ‘컴백홈’으로 가출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왔고, ‘발해를 꿈꾸며’로 수많은 청소년들에 남북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현 20대 후반부터 30대 까지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노래를 듣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90년대와 2000년 초반을 살던 서태지라는 인물은 연예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존재임을 그 시대를 살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 이지아씨는 소속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모두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서태지씨는 어떻습니까? 당신의 행보는 위치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탭니다. “미국에 있을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등 추측만 무성한 상태로 어떤 입장도 피하고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물론, 피소를 당한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버팔로들’이라며 애정을 표하던 팬들은 끝까지 당신에 대한 믿음을 보이며 “음반 발매나 하세요”라고 당신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그 팬들에게만이라도 진실을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까?
14년간 비밀 결혼과 이혼, 그리고 거짓말만 늘어놓던 가수가 자신의 노랫말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대중은 당신에게 ‘가식’ 만을 대입할 지도 모릅니다.
데뷔 당시 ‘난 알아요’로 심사위원 들에게 “이게 무슨 노래냐?”라는 평을 들어도 당당했던 당신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 당당함이 지금도 변치 않았기를 바랍니다.
[사진 = 서태지-이지아]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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