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6, 7개 계속 스트라이크 코스로 던지는 것을 보고 '발전했구나'라고 느꼈지"
지난 2년간 SK 불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작은 이승호(등번호 20번)였지만 올시즌 초반 활약은 극도로 부진했다. 4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이 8.10에 이르렀다. 특히 제구가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그 기간동안 6⅔이닝을 던지며 볼넷 9개, 몸에 맞는 볼 1개를 내줬다.
김성근 감독은 상황이 여유있을 때마다 이승호를 투입해 시험했지만 번번이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며 쉽게 끝날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4월이 지나가자 이승호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5월 4일 대전 한화전. 그는 이날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김 감독이 높게 평가한 것은 '무실점, 승리투수'라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승호는 이날 팀이 5-3으로 앞선 4회 2사 1, 2루에서 등판했다. 첫 타자 이양기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다음 타자는 장성호가 나섰다. 초구 볼, 2구와 3구 연속 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 2-1. 9년 연속 3할을 기록한 타자답게 이승호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세 차례의 파울이 나왔다. 그 사이 볼이 2개 들어와 풀카운트. 9구까지 가는 끝에 결국 이승호는 장성호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김성근 감독이 '이승호가 좋아졌구나'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이 때 '발전했구나'라고 느꼈다"며 "장성호가 계속 공을 컷트하며 파울을 만들었다. 예전 이승호였으면 볼넷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승호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지 그것만 보고 있었다. 제 아무리 프로 선수라고 하더라도 6, 7개 연속 스트라이크와 비슷하게 던지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라고 칭찬했다.
이날 이승호는 1⅔이닝동안 '어김없이' 볼넷 3개를 내줬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3개의 볼넷 대신 장성호와의 승부를 통해 이승호의 업그레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승호의 훈련 방법도 소개했다. 김 감독은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며 "몸쪽을 던질 때는 어느 선에서 나와야 하고 바깥쪽 공을 던질 때는 다른 선으로 나와야 한다. 최근에 이승호에게 그 부분을 훈련시켰다"고 덧붙였다. 정신적인 부분과 함께 기술적인 부분도 함께 언급한 것.
이승호는 5일 대전 한화전 1⅓이닝 무실점에 이어 6일 문학 KIA전에서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6일 경기에서는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⅓이닝 무실점 투구로 시즌 3승까지 챙겼다. 경기 후 그는 "4월에 너무 안 좋았는데 지난 한화전 2경기에서 서서히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4일 등판에서 김성근 감독은 이승호의 볼넷 3개 대신 장성호에게 던진 공 9개를 주목했다. 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사진=SK 김성근 감독(왼쪽)과 이승호]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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