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박재홍은 그야말로 야구 엘리트다. 아마추어 시절 청소년 대표부터 국가대표까지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리틀쿠바'란 별명도 대표 시절 맹활약 덕분에 붙여진 것이다. 1996년 프로 입단 때도 4억 3천만원이란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으며 데뷔 첫 해 한국 프로야구 첫 30(홈런)-30(도루)을 달성했다. 9일 현재 통산 성적도 1700경기 타율 .287 295홈런 1060타점 990득점 267도루로 여느 선수 부럽지 않다.
▲ 2011년 박재홍
하지만 2011년 박재홍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8일 경기까지 그는 59타석에 들어섰다. 올시즌 박재홍은 23경기에 출장했다. 경기당 2.6타석이다. 4타석 이상 들어선 경기는 10번에 불과하다. 반면 2타석 이하로 들어선 경기는 13차례나 된다.
확실한 주전도, 그렇다고 후보도 아니다.
최근에는 김강민, 박재상, 안치용이 부상으로 빠져 있어 주전으로 나서는 경기도 많지만 이들이 복귀하면 대타로 나서는 경기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예전의 박재홍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들쭉날쭉한 출장 때문인지 박재홍의 올시즌 성적은 타율 .184 1홈런 9타점 5득점 4도루에 그치고 있다.
7일 문학 KIA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한 박재홍은 "홈런 한 개가 나오면 감을 찾긴 한다"며 "그것보다는 리듬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타격 밸런스와는 또 별개로 경기 리듬이라는 것이 있다. 자주 나가지 못하다보니 아직은 리듬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재홍은 "얼마 전에 보니 내가 40타석 정도 들어섰더라. 10경기를 풀로 소화한 정도인데 그것이 아니니까…"라고 말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조차도 "내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밝히며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 1996년 하득인
박재홍은 대타로 자주 나서는 것과 관련해 8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중 1996년 하득인을 떠올렸다. 하득인은 실업야구 포스콘에서 뛰다가 뒤늦게 프로에 뛰어든 선수다. 우투우타 내야수로 특히 '좌투수 킬러'로 이름을 떨쳤다. 1994년 태평양에 입단한 이후 1996년부터 1997년까지 2시즌간 현대 유니폼을 입고 박재홍과 함께했다.
"신인 때 하득인이라는 선배가 있었다. 대타 전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한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박재홍은 "대타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동안은 생각해본 적 없다. 최근 상황을 겪으며 야구의 또 다른 부분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재홍은 "내 생각으로는 되게 잘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실제 하득인의 성적은 1996년 타율 .230, 1997년 타율 .244에 그쳤다. 흔히 3할을 때리는 선수를 뛰어난 타자라고 평가하지만 대타는 타율 .250만 되도 잘 친다고 말한다. 중요한 순간에 대타로 나서 안타를 때리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에 그만큼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언제나 양지에 있었던 박재홍이지만 이제는 또 다른 세계를 알아가고 있다. 자신의 위치는 바뀌었지만 팀에서 그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여전하다.
김성근 감독은 "박재홍을 선발로 내보내면 대타로 낼 타자가 없다"고 말한다. 박재홍 또한 "내가 실력이 없어 대타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타가 아니라 제일 중요한 상황에 나가서 해결하는 타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자신감 또한 '잘 나가던' 1996년 그 때와 다르지 않다.
[사진=현대 유니폼을 입을 당시 하득인(왼쪽)과 SK 박재홍]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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