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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주연은 아니지만 짧은 등장만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드라마 속 배우를 '미친 존재감'이라 한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마이더스'를 본 시청자라면, 이 '미친 존재감'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를 하나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와 같은 짧은 대사, 한 회에 단 한 컷만 출연한 적도 있을 만큼의 짧은 분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빛, 표정, 목소리에서 강한 무언가를 뿜어내던 말그대로 '미친 존재감'의 배우, 바로 정석원(26)이다.
정석원은 '마이더스'에서 김희애가 맡은 '유인혜'의 수행비서 '재범'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시청자들 중 그의 이름이 '재범'인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극중에서 단 한번도 그의 이름이 불려진 적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이더스'에서 정석원의 비중은 작았다. 그런데 드라마 마지막에 '재범'이 '제임스'(김병세 분)를 죽이는 반전으로, 정석원은 '마이더스' 최종회가 방영된 후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친 존재감'이 최종회에서 비로소 빛을 발한 것이다.
"재범인 론아메리카 소속의 '비즈니스 킬러'에요. 감정이 없고 위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는, 그래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더 윗사람의 말을 따랐던 것이죠. 마지막 회에 포함되진 않았는데, 원래 재범이가 제임스를 죽이고 공항에 가서 영어로 보고하는 신이 있었어요. 그 신이 들어갔더라면 재범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됐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워요."
정석원은 이번 '마이더스' 출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으로 선배 김희애와의 만남을 꼽았다. 김희애의 수행비서 역할로 그녀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정석원은, 이상형이 김희애로 바뀔 정도로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정석원이 스스로 연기공부에 대한 열의를 다지는 이유는 남들과 다른 출발선 때문이다. 보통 연기자들은 어릴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품고 실력을 키워오는 경우가 많지만 정석원은 다르다. 이미 유명한 이야기가 됐지만 그는 한 때 무술감독을 꿈꿨을 만큼 실력 좋은 스턴트맨이었다. 스턴트맨으로 현장을 누비던 그가 연기의 매력을 뒤늦게 깨닫고 연기자로 전향한 만큼, 남들보다 연기공부에 더 매진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이 강하다. 따라서 김희애와 같은 대선배를 만나면 언제나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을 성실히 임한다.
그런 노력때문인지 '배우 정석원'의 입지는 조금씩 커지고 있다. 지난 1년만 되돌아 보더라도 그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드라마 '닥터챔프'에서 하반신 마비로 괴로워하는 유도선수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KBS 단막극 '화이트 크리스마스', '마이더스'에서 짧지만 강한 역할로 출연했다. 첫 주연영화 '짐승'과 '사물의 비밀'은 조만간 개봉을 앞두고 있고, 지금은 비의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비상:태양가까이'에서 비중 높은 역할을 맡아 촬영 중이다.
"지난 1년동안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저 개인적으론 많이 변했어요. 정말 배우가 하고 싶다는, 진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죠. 물론 연기적으론 아직도 너무 부족해요. 어떤 역할을 해도 좋으니, 작품을 맡고 새 연기를 할 때마다 한 발자국씩 더 나아가고 싶어요."
→②에서 계속.
[사진=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SBS 제공]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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