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기대를 모았던 박찬호와 이승엽이 모두 2군으로 강등됐다.
오릭스 오카다 감독은 11일 소프트뱅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박찬호가 4실점으로 제 역할을 못하자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로써 올 시즌 나란히 오릭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와 이승엽이 모두 2군 생활을 해야하는 씁쓸한 상황이 연출됐다.
△ 2경기 연속 부진, 박찬호
오릭스는 인터리그를 앞두고 휴식차원에서 박찬호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고 했지만, 박찬호는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직구 속도다. 일본 무대 데뷔 후 박찬호의 직구 속도는 145km를 넘기지 않는다. 이 약점을 다양한 변화구로 메우고 있지만, 컨트롤이 되지 않으며 2경기 연속 홈런포를 허용했다.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박찬호는 현재 우타자 바깥쪽으로 빠르게 꺾여 나가는 컷 패스트볼과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투심 패스트볼을 승부구로 던지고 있다. 직구와 커브는 타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 하지만 낮은 팔각도에서 나오는 공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컨택 능력이 뛰어난 일본 타자들에 공략당하고 있다.
11일 경기에서는 점수를 내주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 리그 꼴찌로 추락한 오릭스는 이날 6회초 홈런과 2루타 등을 묶어 3점을 뽑아냈다. 0-1로 뒤지던 경기를 3-1로 역전한 순간, 그러나 박찬호는 3점을 내주며 재역전을 허용했다.
이는 팀에게 주는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만약 박찬호가 점수를 지켰다면 오릭스는 모처럼 거둔 역전승을 발판으로 팀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날 오릭스가 상대한 투수는 최근 3연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1.57을 마크하고 있는 수준급 투수 데니스 홀튼. 박찬호가 6이닝만 버텼다면 오릭스가 필승계투조를 가동해 승리를 따내고 박찬호 개인적으로도 승수를 추가하며 일본 무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 극심한 타격 부진, 이승엽
이승엽은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바꾸는 강수를 두며 자존심 회복을 노렸다. 지난달 13일에서는 스리런 홈런을 폭발하며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여전히 포크볼과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 인내심을 잃은 오카다 감독은 결국 이승엽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올 시즌 이승엽의 성적은 .145(62타수 9안타) 홈런 1개와 5타점이다. 이승엽이 중심타자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하며 오릭스 타선이 동반 침묵하고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반응이다.
이승엽은 고질적으로 몸쪽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배트가 돌아나오면서 몸쪽 빠른 직구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는 타격폼을 지니고 있다. 이는 물론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몸쪽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이 바깥쪽 변화구에 대한 약점으로 이어졌다.
일본 투수들은 이승엽을 상대할 때 일종의 공식이 있다. 몸쪽으로 빠른 직구를 연달아 붙인 뒤 바깥쪽 포크볼, 체인지업 등을 던지는 것이다. 이승엽은 바깥쪽 변화구에 대처할 때 타격폼이 와르르 무너지는 현상을 곧잘 보이고 있다. 몸쪽 공을 잔뜩 노리고 있다가,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다가 떨어지면 타격폼이 무너진다.
일단 기대치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큰 상황이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결국 2군으로 강등되며 국내 야구팬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2군 강등은 팀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박찬호와 이승엽이 어떠한 변화를 보일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박찬호-이승엽]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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