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야구의 의외성을 제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5위와 8위팀의 대결. 평상시라면 4경기 중 가장 주목받는 경기가 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14일 많은 프로야구 팬들의 눈은 5위 삼성 라이온즈와 8위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펼쳐지는 대전으로 쏠렸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간 맞대결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한화는 류현진, 삼성은 차우찬이 선발로 나섰다.
류현진은 최근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중이었다. 최근 4경기에서 평균 8이닝을 던졌으며 32이닝동안 단 6점만 내줬다. 최근 4경기 성적 3승 1패 평균자책점 1.69.
특히 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9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여기에 삼성 타선은 최근 4경기에서 평균 2.75점만을 뽑은 상황이었다.
차우찬은 이날 경기 전까지 2.09라는 평균자책점에서 보듯 '짠물투'를 이어갔다. 비록 최근 2경기에서는 5이닝 5실점(3자책), 7이닝 4실점(2자책)으로 주춤했지만 실점과 자책점 차이에서 보듯 수비진 도움을 받지 못한 영향도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날 경기가 팽팽한 투수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빗나갔다. TV 중계에서 한화 수비진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홈런포가 터진 것. 삼성 1번 타자로 나선 배영섭이 류현진의 초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포를 기록했다. 프로 통산 24번째 1회 선두타자 초구 홈런이었다.
삼성은 2사 이후 최형우가 또 다시 류현진의 공을 넘겼다. 류현진이 한 이닝에 2개의 홈런을 맞은 것은 데뷔 이후 6번째였다. 류현진의 최근 분위기, 지난 삼성전 완투승, 삼성 타선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쉽사리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에 바람도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줬다. 1회초 당시 우측에서 좌측으로 바람이 불었고 2개의 홈런 모두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바람이라는 '변수'까지 발생하며 '의외의 결과'에 힘을 보탰다.
한화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진 1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강동우가 홈런을 때린 것. 1회초와 말 동시에 선두타자 홈런이 나온 것은 30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9번째 일이었다. 3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일이 에이스 맞대결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야구의 의외성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후 두 선수 모두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결국 두 선수 모두 웃지는 못했다. 류현진은 7회까지 삼성을 3점으로 막은 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대타 진갑용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내주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8이닝 7피안타 6탈삼진 2사사구 5실점(4자책)이 이날 최종 결과. 한 경기 3피홈런도 이번이 두 번째였다.
팀은 승리했지만 차우찬도 마음껏 웃을 수는 없었다. 세 번째 4승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 투구수인 138개를 기록하며 역투했지만 3-3 동점이던 7회 2아웃 2루에서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이후 권오준이 적시타를 내주며 자칫 패전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6⅔이닝 7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4실점.
이날 경기에서 1회초,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이 나올 것이라고는, 최근 호투를 이어간 류현진이 생애 6번째 한 이닝 2홈런을 내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날 경기는 야구의 의외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 한 판이었다. 한 번 팬이 되면 더욱 야구에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삼성 차우찬(왼쪽)과 한화 류현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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