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안녕하세요. KBSN 아나운서 정지원입니다.
롯데자이언츠의 라이언 사도스키(미국) 선수와의 영어인터뷰 시작은 어색했어요. 수훈선수로 선정된 사도스키 선수는 처음 본 저보다는 자신의 통역원이 인터뷰에 함께 있어주길 바랐기 때문이죠. 갑작스럽게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그는 "야수들의 실책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나는 팀이 내게 필요로 하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의연했고 "나중에 또 만나요"라는 한국어 실력을 뽐내고는 어색함에 활짝 웃었습니다.
선수들도 떨려한다는 SK와이번스 감독방은 경외함마저 들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그곳에서 조그마한 연필 깎기를 손에 쥐고 연필을 돌려 깎으며 말문을 열었지요. "고효준 선수의 등판을 시합 전에 갑자기 결정했기에 욕심이 크게 없었지. 아슬아슬했지만 스스로 이겨내리라 믿고 놔뒀고, 결국 이겼어. 하지만, 다음날 선발진을 내세우며 이긴다 싶었는데 졌어"라며 "인생도 야구도 똑같아. 어떠한 일이든 순수하게 도전해야지 이기려고 덤비면 일을 그르치고 말지"라는 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인생철학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설파하며 수첩을 뒤적였습니다.
야구의 백미는 짜릿한 역전승이라지만 저에겐 온 몸이 쭈뼛 서는 순간이에요. 9회 초, 2사 1루의 사직 구장. 넥센 히어로즈의 송지만 선수의 공이 담장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 손아섭 선수 인터뷰를 준비하던 저는 반대편 덕아웃으로 전력질주를 합니다. "초구, 2구가 너무 좋은 볼이 들어와서 사실 마음을 비웠어요. 항상 안타와 홈런을 생산하겠다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기에 매 경기 매 경기 결승전 같은 심정"이라는 송 선수뿐만 아니라, 재역전 끝에 원정 9연패를 끊은 김시진 감독 역시 감격에 목이 메었습니다.
인생이 녹아있는 야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끝나도 끝난 게 아닌 야구. 그렇게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역전 드라마는 늘 개봉박두입니다. SK와이번스의 5년차 외야수인 김연훈 선수는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치며 "오늘은 네가 영웅이다"라는 타시로 타격코치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1871일 만에 데뷔 첫 선발승을 일궈낸 두산베어스의 서동환 선수는 "1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했지요.
우리가 프로야구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녹록치 않은 오늘의 현실 속에서도 내일이라는 희망의 꿈을 꾸는 우리네 삶과 그들의 야구가 너무도 닮아 있어서가 아닐까요?
6월, 어느덧 프로야구 패넌트레이스 절정을 향한 뜨거운 승부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진짜 여름. 점점 더 고되질 그 숭고한 땀의 진가를 느끼고, 9회말 2아웃 가슴 뻥 뚫릴 역전 홈런의 통쾌함을 즐기러 저와 함께 그라운드로 떠나보실래요?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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