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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아이돌 탄생, 그것이 씁쓸한 이유'
[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가요계는 그동안 아이돌과 비아이돌이 양분됐다. 요즘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열풍으로 인해 음원차트는 아이돌 신곡과 ‘나가수’음원으로 나뉜다. 바꿔 말하면 출신 성분이 아이돌이거나 ‘나가수’에 나오지 않으면 가요계에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가수' 음원 수요가 대부분 방송 다음날인 월요일에 집중되고, 또 프로 자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제한이 있는 만큼, 아직도 대한민국 가요계는 아이돌 천하다.‘나는 가수다’로 인해 비아이돌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넓혀졌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이리 틀면 센 춤추고 노래하고 저리 틀면 예능서 장끼 자랑하는, 가요계는 아이돌이 점령하고 있다.
그 순기능과 영향력은 막강했다. 비교적 짧은 역사지만 아이돌의 폭발력은 컸고, 가요계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 심지어 영화계까지 영역을 늘렸다. 이들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진출, ‘신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문화를 수출하는 1등 역군이다. 이렇게 되자 우후죽순 새로운 아이돌이 생겨났다. 제작자는 만들면 된다는 믿음이 꿋꿋하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라는 지적도 있지만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수많은 연습생들이 거울앞에서 춤을 추며 아이돌로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돌의 잇따른 출현은 대중들의 빠른 음악적 소비에 기인한다. 대중들은 그동안 음악을 빠르게 흡수하고 빠르게 소비했다. 음악의 완성도와 퀼리티보다는 보는 음악, 양의 음악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이 가볍고 템포 또한 빨라졌다.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정규 앨범보다는 미니와 싱글을 선호하고, 아이돌의 활동 기간도 짧아졌다. 그만큼 나왔다 사라지는 아이돌이 많아졌다. 방송계에선 기존 아이돌이 사라지면 비아이돌이 그 자리를 채우는 대신 또 다른 아이돌의 몫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속깊이 보면 기획사가 아이돌을 내놓는 주목적은 해외 활동이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의 진출을 꾀한다. 데뷔에 앞서 애초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아이돌 그룹도 부쩍 생겨나고 있다. 국위선양도 하고 돈도 번다. 그러나 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국내에서의 활동폭이 협소하다는 것도 있다. 아이돌은 많고 홍보할 방송프로는 적다.
일본 음악 시장은 세계 2위다. 연간 4조원에 가까운 음반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음반 시장은 1000억 원이 채 안 된다. 그것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음반 수익을 음원으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워낙 소비가 빠르다 보니 온라인 음원사이트에 2주 버티기가 힘들 정도다.
이는 비슷비슷한 장르의 획일화가 가져온 결과다. 과거 SG워너비가 ‘소몰이 창법’으로 히트를 쳤을 당시 이와 비슷한 그룹이 많이 탄생했고, 일렉트로닉 장르가 유행하니 모두 따라했다. 지금의 아이돌이 마치 과거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도 같다.
한국 음악 시장이 확 끓다 식어버리는 ‘냄비’라면, 일본 음악 시장은 서서히 끓어 오래가는 ‘뚝배기’와 같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지속성은 오래 간다. 엔카에서 아이돌, 록, 소울, 라틴, 테크노, 팝까지 일본 음악은 다양하다. 1만 개가 넘는 클럽을 통해 많은 장르의 노래들이 번져나간다. 반면 한국은 음악의 다양성보단 예능프로 나가 웃기는데 치중한다. 국내에서 예능으로 인지도를 키운 다음 노래는 일본 가서 하는 형국이다.
최근 K-POP으로 대변되는 아이돌 음악이 일본을 뒤흔들고 있다. 비주얼과 퍼포먼스, 빠른 템포의 음악이 일본 팬들의 눈과 귀를 당장 사로잡았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음악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반짝 세일 하듯 팔리는 음악만 할 것이 아니라 장기간 팔릴 수 있는 고급스럽고 다양한 음악을 해야 한다.
[국내 음악 시장 활성화와 퀼리티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나는 가수다'. 사진 = MBC 제공]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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