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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일본 내에서 성매매 일을 하던 한 한국여성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이 증폭되고 있다.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살인이 아니다? 한국여성 하루코의 죽음, 그 후 1년'이라는 제목으로 목이 잘린 채 잔혹하게 살해된 한 한국 여성의 사연을 전했다.
2010년 3월 29일, 일본에서 한 한국인 여성이 목이 잘린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봄에 태어난 아이라는 뜻의 '하루코'라는 예명을 쓰는 제주도 출신 여성 정희정(가명, 당시 33세)씨였다.
이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010년 5월 '하루코는 거기 없었다' 방송을 통해 일본 땅에서 외롭게 죽어간 하루코의 사연을 전했다. 60세 용의자 이누마 세이치는 지난해 4월 자수해 사체 유기죄로 체포되었다. 이누마 세이치는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머리를 잘라내 따로 유기했다"고 진술했고 사건은 그렇게 안타까운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사건 발생 1년 후 일본 검찰은 가나자와 지방 법원에 살인 및 시체손상 유기 혐의로 18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을 지켜본 유가족과 한국인 변호사단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5월 27일 가나자와 지방법원 판결 선고에 의하면 이누마 세이치는 살해의도를 확인 못했다는 이유로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9년형을 선고한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당초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하루코를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한 용의자 이누마 세이치는 "하루코와 말다툼 중 사고로 하루코가 숨지게 된 것일 뿐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피고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사라진 머리부분을 찾아 목을 조른 흔적이나 머릿속의 울혈 등의 확실한 증거확보가 필요했다. 살인인지 실수인지 판단하게 해 줄 결정적인 단서인 사체의 머리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 재판부는 이누마 세이치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이누마 세이치가 머리를 유기했다고 주장한 이기가와현에는 경찰병력 534명이 20일 넘게 수색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될 머리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하루코가 숨을 거두었던 차 안에서는 질식사의 경우 흔히 나타나는 사망자의 소변자국이 발견되었다. 이누마 세이치는 범행에 사용했던 차량을 팔기 직전에 소변이 묻은 시트를 뜯어내 버리기까지 했다. 남아 있는 유일한 단서는 뜯겨져 나간 시트 자국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갑자기 죽은 시체를 눕히는 과정에서 배를 눌렀더니 소변이 흘러나왔다"는 용의자의 주장이 받아들여 졌다.
1년여 동안의 재판. 유가족은 넘을 수 없는 벽 때문에 좌절했다고 말한다. 용의자가 하루코를 불러냈음을 증언하겠다는 하루코의 친구들은 모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고, 정씨의 사망 전 마지막 통화상대가 이누마 세이치 인것을 발견한 친구들이 일본 니가타 총영사관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 관할이라며 묵살했다.
피해자가 한국인 성매매여성임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용의자를 동정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루코의 재판을 도왔던 한국 변호사들은 재판을 지켜보면서 "이것은 아주 세련된 인종차별이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일본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영사관이 더 나쁘다" "우리도 일본에 세련된 인종차별을 하자" "성매매 여성이든 아니든 국가라면 적어도 자국민의 인권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반응을 나타내며 외교적 안일한 대처에 울분을 토했다.
[사진 = SBS 방송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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