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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아이돌(Idol)은 본래 우상을 뜻하는 말이다.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이들로 여기에는 그룹 및 솔로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자들을 포괄하는 10대 청소년 또는 20대 초반의 연예인들이 포함된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돌은 주로 잘 생기고 예쁜 10대 가수를 지칭한다.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 가요계는 아이돌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돌 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이들의 인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아이돌의 가창력 논란도 계속 제기됐다. 아이돌 1세대인 H.O.T, 핑클 때부터 우리 사회는 "아이돌 가수는 잘 생겼지만 노래는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왔다. 결국 "얼굴로 가수한다"는 말이 생겨났고 아이돌은 노래로써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외모와 퍼포먼스뿐인 대상으로 폄하됐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는 이러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아이돌 가수들만으로 구성된 경연에서 아이유, 2AM 창민, 슈퍼주니어 예성, 샤이니 종현, 비스트 요섭, 씨스타 효린은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이고 참신한 퍼포먼스까지 더했다. 이들은 '내 인생의 노래'를 주제로 한 자유곡 경합과 '전설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심수봉의 명곡을 편곡해 불렀다. 참여가수들이 아이돌 가수 중에서도 가창력을 인정받아 오던 가수였다는 점을 반영하더라도 이날 이들의 가창력은 대중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첫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음원 공개를 요청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효린의 파워보컬과 아이유, 시크릿 송지은의 섬세한 감성보컬은 시청자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이돌의 재발견은 노래 잘하는 가수와 노래 못하는 아이돌로 양분돼 있던 가요계를 재해석할 수 있게 해줬다. '불후의 명곡2'는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와 비교된다.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 가수 6인이 전설의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포맷으로 진행되고 노래가 끝난 후 200명의 청중평가단의 투표로 순위가 결정된다. 가창력을 평가하는 방식과 방송진행 시스템이 '나가수'와 비슷하다보니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들을 비교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노래 잘하는 가수만이 출연하는 '나가수'에 비해 노래 못한다고 생각되던 아이돌들을 대상으로 하는 '불후의 명곡2'는 그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돌들의 반란은 더욱 눈길이 간다.
지난 5월 29일 논란 속에 '나가수'에 입성한 옥주현은 경연에서 기라성같은 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히트곡이 없다" "아이돌 출신이다" 등의 이유로 '나가수' 출연을 반대하던 대다수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실력으로 깬 것이다. 물론 가창력 외에도 인성같은 부분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는 경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아이돌 그룹 핑클 출신인 옥주현이 임재범, 이소라 등의 깊은 감성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나가수'의 질을 깎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옥주현은 12일 방송에서조차 자연스런 전조를 선보이는 등 연일 청중평가단과 시청자들은 물론 동료 가수들의 감탄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시대는 경쟁사회로 치닫고 있고 각박해지는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던 아이돌들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그맨 백재현은 지난 6일 '불후의 명곡2' 첫방송이 나간 뒤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아이돌들 대박입니다. 실력은 '나가수' 선배들 못지 않으며 겸손과 미덕까지"라는 글을 남겨 이들의 가창력을 칭찬했다.앞서 프랑스 파리 'Le Zenith de Paris'에서는 10일, 11일 양일간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공연이 열려 우리 대표 인기가수들이 7천여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성공적인 공연을 펼쳤다. 이날 공연은 인터넷으로 예매를 개시한 지 10분만에 1,400석 전석이 매진되고, 추가 공연을 요구하는 루브르 박물관 플래시몹 시위가 열렸을 뿐 아니라, 출연진의 입국을 보기 위해 공항에 1,500명의 팬들이 운집해 전세계적으로 문화충격을 안겨줬다. 이번 공연에 대해 국내 언론사들 뿐 아니라, 프랑스 현지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 '르 피가로'는 각각 9일, 10일자(이하 현지시각) 지면에 '유럽을 덮친 한류' '한류가 프랑스의 르 제니스를 강타'라는 제목으로 이번 공연을 대서특필했다. 그동안 한류는 아시아에서 위용을 과시했지만 유럽을 비롯한 미주지역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유럽 공연은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저변을 넓히고 있음을 증명하는 시금석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탈바꿈되는 이 역사적인 순간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아이돌에 의해 이뤄졌다.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그동안 우리는 조용필, 나훈아 등의 가수에게는 존경심을 표해 왔지만 수 만명의 팬을 양산한 아이돌 스타에게는 단지 그들의 팬덤문화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단지 잘 생겨서" "춤을 잘 춰서"에서 인기 이유를 찾는 일률적인 잣대를 드리워왔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나가수'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이 극대화되고 있는 지금 능력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은 귀와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가창력이 없어 립싱크에 의존하는 아이돌도 아직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가수가 노래를 시작하기 전 그들의 외모와 과거, 선입견으로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씨스타 효린, 비스트 요섭, 슈퍼주니어 예성(위)-아이유, 샤이니 종현. 사진 = KBS 2TV 방송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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