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잠자던 곰들이 깨어났다. 투지와 끈기, 그리고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엿보인다. 두산이 넥센을 제압하고 2연승을 달렸다.
김광수 감독 대행은 지난 14일 선수단에 두 가지를 주문했다. 첫 째,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과 둘째, 최선을 다해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라는 것. 김 대행은 "너희들 마음이 안 좋은 것 잘 안다. 하지만 전 감독님이 우리가 잘 되길 바랐던 만큼 뭉쳐서 열심히 해보자. 결과는 모두 내가 책임진다"며 이 같은 두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 부상을 안고 뛰는 선수단의 투지
현재 두산은 몸이 성한 선수가 몇 명 없다. 특히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야수들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우선 주장 손시헌은 아예 경기 출장이 불가능하다. 지난 5월 17일 잠실 한화전에서 왼쪽 갈비뼈 부위를 맞은 손시헌은 정밀 진단 결과 실금이 간 것으로 판명났다. 또 안방마님 양의지는 종아리 부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기가 버겁고 최준석은 무릎이 좋지 않다. 이종욱은 왼손 엄지 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었는데, 경기 전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선다. 여기에 유용한 대타 요원 김재환의 부상, 살림꾼 임재철의 발목 염좌 등 두산으로선 고민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선수단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광수 감독 대행의 주문처럼 적극적인 플레이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경기에서 37일만에 스리런포를 터뜨린 김현수는 "선수들이 뭘 해야하는 지 알고 있다. 김광수 감독님의 말처럼 적극적으로 타석에 임했다.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자신있는 플레이를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또 15일 경기에서 3점 홈런을 터뜨린 최준석은 "선수들 전체적으로 시즌이 많이 남았으니 한 번 해보자는 각오고 임하고 있다. 앞으로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 오재원의 호수비 + 이종욱의 슬라이딩
두산이 2연승을 하는 동안, 몇 가지 중요한 장면이 나왔다. 수비에서는 2루수 오재원의 침착한 글러브질, 주루에서는 이종욱의 눈물 겨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있었다. 일단 14일 경기에서 오재원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두산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마운드에는 '애물단지' 페르난도가 호투하고 있었다. 그는 5이닝 동안 넥센 타자들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6회가 문제였다. 김민우, 유한준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 위기에 놓이더니 3번 조중근에게는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이후 공은 2루수 오재원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고 내야 강습 안타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오재원은 안타성 타구를 정확한 글러브질로 잡아 4-6-3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대량 실점이 예상되던 순간, 귀중한 수비로 팀을 살린 것이다. 결국 이 수비 하나로 두산은 5-3 승리를 챙겼다.
15일 경기에서는 이종욱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나왔다. 이종욱은 이날 두 개의 도루를 추가하며 통산 28번째로 6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기록이 갖는 의미 보다 그 내용이 중요했다. 상황은 넥센이 9-4까지 쫓아온 4회말. 두산은 추가점이 필요했다. 이 때 이종욱이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섰고 그는 내야 안타로 1루를 밟았다. 2회말에도 도루를 성공한 이종욱은 이번에도 2루를 훔쳐 스코어링 포지션에 위치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밝힌대로 이종욱은 왼손 엄지 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었다. 스스로 "테이핑을 하지 않으면 타격을 하기 조차 힘들다"고 밝힐 정도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4회말 이종욱은 세이프 타이밍이 애매하자 손가락과 머리부터 들어가는 슬라이딩을 감행, 팀을 위한 희생정신을 보였다. 그리고 두산은 4회말 김현수, 이성열의 적시타로 3점을 달아나며 13-4 완승을 거뒀다.
[2연승을 달린 두산 선수들(위)-6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이종욱.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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